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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울릉도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가는 여객선’

[기자의 눈] 울릉도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가는 여객선’

기사승인 2020. 04. 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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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부 울릉담당 조준호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국내 청정지역인 경북 울릉도는 때아닌 여객선 문제로 시끄럽다. 올해 2월 포항~울릉도 간 운항한 썬플라워호가 퇴역하고 이 항로에 운항 할 대체선 선정과 새로 짓는 여객선을 두고 뚜렷한 대안도 없이 한달이 넘게 표류하며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대체선 및 신조 여객선 건조를 앞두고 긴밀하게 협의를 해야할 선사와 울릉군, 군의원, 도의원을 비롯해 일부 주민들까지 가세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대체선 운항은 불투명해지고 신조 여객선 건조 절차도 삐걱거리고 있다. 여객선 건조도 못한 상황에 숫제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다.

더 황당한 것은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들은 지역 선거공약으로 ‘대형 여객선 취항’을 내세우고 있다. 울릉군은 지난해 공모를 거쳐 선정한 선사와 실시협약 서명을 끝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만 서명하면 곧바로 여객선 건조에 들어가는 마당에 때아닌 대형 여객선 취항 공약이 나오니 황당해 하는 주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울릉군 홈페이지와 SNS상에서 여객선 부분을 두고 서로 간 주장을 넘어서 잘잘못을 들추며 갑을박론 중이라 지켜보는 주민들 마음도 편치않다. 조용한 섬마을이 가는 곳마다 온통 여객선 이야기 뿐이다.

이들 주장이 모두 틀린 이야긴 아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대안제시보다 주장자의 속내가 뭔지 확대해석이 넘쳐나 본질만 흐려지고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주장자 모두 입장을 내세울 때 첫 마디가 “울릉도 지역과 주민을 위하는 일”이라고 한다. 주민입장에서 한 시간이라도 빨리 운항하고 멀미 걱정없는 전천후 대형 여객선, 화물과 차량을 선적할 수 있는 다용도 여객선이면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을 때 과연 그런 선박을 운영할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지, 그런 여객선이 언제 건조할지 등을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도 집을 구입하거나 신축할 때에 가장 기본이 되는 주택자금과 주택 관리비 등을 생각치 않고 마냥 큰 집을 주장하지 않는다.

신조된 여객선 운영에 있어 경북도와 울릉군의 세금으로 적자 부분을 충당한다고 이 참에 좋은 여객선 건조를 바라는 마음을 이해하지만 모든 주민의 바람을 담을 수 없다. 산채 농가와 어민, 그리고 주민, 관광객 수송, 지역 등 서로 다른 입장을 여객선 건조와 운영에 담을 수 있을까 반문하고 싶다.

지역의 리더들은 진정 지역과 주민을 위하는 일이 뭔지, 서로 간 반목보다 해결점 모색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라고 본다. 의사결정에 있어 오랜시간 반목이 심하면 많은 갈등비용이 소모된다.

도서지방 특성상 여객선 부분도 분명 중요하지만 지금 시기는 서로간 마음을 합쳐 코로나19 청정지역인 울릉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코로나 종식 후 지역경기 회복과 지역발전을 위해 지금부터 고민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준비하지 않고 경기회복과 많은 관광객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모두들 주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명분에 걸맞게 진정 주민과 지역을 위한 정책결정에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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