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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례 없는 위기에 전례 없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칼럼] 유례 없는 위기에 전례 없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기사승인 2020. 05.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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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NH금융연구소 소장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글로벌 경기충격으로 세계경제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균형을 찾아 이동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발 경제 위기는 금융과 실물간의 인화성이 강해 그 강도와 속도 그리고 위기의 전염성 면에서 과거 사례와는 차원이 다르다. 위기의 형질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작과 끝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의 회복 경로에 대해서는 실체적 접근이 없는 담론 수준의 논쟁만 분분할 뿐이다. 혹자는 우리 경제가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충격 이후 강한 복원력(U형 회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많은 전문가들은 충격 이후 성장 동력이 점차 약화되는 저성장 국면(L형 불황)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한국경제가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가정하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대공황에 버금가는 글로벌수요 위축을 초래해 세계경제 전반에 걸쳐 디플레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경제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低(저성장·저금리·저물가) 경제가 새로운 경제 질서로 정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발 경기충격으로 성장률의 레벨 다운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이제는 0% 대의 성장과 물가가 보편화되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내수 부진의 공백을 수출로 메우며 성장률 하락을 방어해왔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수출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일본이 경험한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다. 참고로 일본경제는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한 1993년 이후 25년 평균성장률이 0.9%에 그치는 등 지금까지도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내수의 축인 소비와 투자를 살려내지 못해 내수기반경제로의 전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안 대응을 넘어 위기의 본질인 구조적 저성장을 돌려낼 수 있는 유례없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경제는 내수의 근간인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디플레를 수반하는 수요 충격에 노출됨에 따라, 만성적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자영업과잉, 제조업 구조조정 등의 산업위험이 구조적 실업을 유발하는 고용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 자명하다. 또한 부채 충격에 노출된 가계부채 문제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약화시켜 가뜩이나 빈약한 소비 기반을 수축시킬 수 있다. 기존의 정책으로는 소비부진의 파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불황경제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따라서 재난지원이나 기본소득 등 소득 기반의 하부구조를 확장하는 소득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업투자는 2017년을 정점으로 역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민간기업의 경우 불확실성에 투자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생산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1000조원에 달하는 잉여금을 내부유보로 돌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코로나발 경제 위기는 산업구조 재편을 재촉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디지털 기반의 언텍트산업 육성, 첨단 제조산업 전환, 산업의 지역화(Reshoring), 대기업·중소기업 협업투자 생태계 구축 등이 있다. 국가 산업전략의 틀 안에서 대기업을 생산분야 투자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정책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기존의 정책을 확대 재생산하기보다는 ‘상시시설투자세액공제’ 등과 같은 과감한 투자진작책을 도입해서라도 기업투자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변화는 소비와 투자를 살려내지 못하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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