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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전쟁②-미국이 부추긴 중국의 지나친 오버가 원인

미중 패권 전쟁②-미국이 부추긴 중국의 지나친 오버가 원인

기사승인 2020. 05. 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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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중국이 무릎 꿇지 않으면 끝나지 않아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속담 중에 “투부란, 성부옌(突不燃, 生不煙·불을 지펴야 연기가 남)”, 즉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라는 것이 있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전국이 어수선함에도 불구하고 미중 패권 전쟁의 불씨를 계속 살리면서 일전불사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는 중국이 영원한 패권 국가를 자임해야 할 자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슈퍼파워로 크기 직전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마디로 도저히 묵과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한 만큼 더 늦기 전에 자국을 넘볼 엄두를 내지 못할 G2에 만족하도록 중국을 확실하게 밟아줘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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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만평.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부서진 만리장성을 전리품으로 어깨에 건채 희희낙락하고 있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미·소 냉전 체제가 깨진 후 미국은 중국을 파트너로 삼기에 이르렀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통해 구소련을 대체할 수 있도록 은연 중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덕에 중국은 폭발적 성장을 거듭했고 미국의 자존심을 건들릴 만큼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2012년 10월 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5년에 한 번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스트롱맨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최고 지도자로 전면에 등장하면서 양국간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차이나 드림’, ‘중국몽’이 신 구호로 나타나기 시작한 데 이어 각종 ‘굴기(우뚝 섬)’ 슬로건들과 함께 미국 초월을 목표로 한 야심적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간과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국면이 마침내 도래한 셈이다.

결국 민주당까지 포함되는 미국의 조야가 작심한 무역전쟁의 포성은 울릴 수밖에 없고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통해 무차별 중국 공격에 나설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대학 정치학과의 한국인 교수 김인규 박사는 “중국이 미국에게 슈퍼파워 자리를 내놓으라고 도전장을 던졌다고 봐도 좋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데 가만히 있겠는가”라면서 양국의 정면 충돌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미국의 대중 파상 공세는 중국이 막다른 골목에 몰릴 때까지 거세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막막을 동원하면서 중국을 맹폭하는 사실만봐도 쉽게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의 대중전략보고’를 통해 경제에서부터 인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무차별 대(對)중 공격을 감행한 것을 더할 경우 향후 강도는 더욱 세질 공산이 크다.

이에 중국도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 중이다. 우선 이성적으로 접근하면서 미국의 오버를 세계 각국에 인식시키도록 하는 평화적 접근 방법이 꼽힌다. 이는 류허(劉鶴) 부총리와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의 대미 정책 책임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에 대화를 촉구하는 행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외에 미국 농산물의 대량 수입 계획을 발표한다거나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장비의 대미 수출을 대폭 늘이는 최근의 조치 등 역시 화해 제스처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스타일의 반격 카드를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른바 국뽕(과도한 자국 찬양을 일컫는 속어) 정서를 계속 확산시키면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발생 가능한 미국과의 국지적 군사 충돌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일대일로(一帶一路·해상 및 육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아프리카 등의 제3세계 우군과 연대해 반격하는 카드 역시 꺼낼 수 있다.

전통적 맹방인 러시아와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초의 해외 순방국으로 러시아를 선택, 곧 방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이기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이룬 성과에 도취돼 너무 일찍 본색을 드러내면서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자성의 분위기 역시 강하게 번지고 있다. 하지만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한다는 좌절감 속에서도 이제 물러설 수 없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도 넘쳐나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 전쟁은 이제 상당 기간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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