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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윤미향 당선자 당장 사퇴해야…위안부 운동, 정치권 입문 경력으로 악용 안 돼”

진중권 “윤미향 당선자 당장 사퇴해야…위안부 운동, 정치권 입문 경력으로 악용 안 돼”

기사승인 2020. 05. 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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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페이스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29일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윤미향 당선자는 당장 사퇴해야'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진 전 교수는 "그 해명은 기자회견이 아니라 검찰수사에서 하는 게 더 좋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의혹을 언론에서 창작해낸 것은 아닙니다. 그 어떤 의혹이라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언론에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 언론은 바로 그런 일 하라고 존재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직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그 모든 의혹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윤미향씨 본인이고, 그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할머니에게까지 불신을 산 것 역시 윤미향씨 본인입니다. 개인계좌에서 "회계에 허술한 부분"은 구체적인 증빙자료와 함께 검찰에서 말끔히 해명하시기 바랍니다. 윤미향씨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운동의 명예를 위해서 제기된 의혹들을 말끔히 씻으시기를 빕니다"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누차 강조하지만 우리는 윤미향씨의 유/무죄를 따지는 '사법적' 게임을 하는 게 아닙니다. 윤미향이라는 인물이 과연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윤리적' 자질을 따지고 있는 겁니다. 개인계좌로 모금을 하고, 남편의 회사에 일감을 주고, 아버지에게 일자리를 주고, 사적 루트로 건물을 매입하는 등 공사의 구별이 불분명한 인물에게 과연 '공직'을 맡겨도 좋은지 묻는 겁니다. 공적 단체를 사기업처럼 운영하면서 수십억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사업들의 회계를 부실하게 처리하고, 기업의 기부금으로 받은 돈으로 도대체 목적도 불투명한 이상한 사업을 벌여 단체와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아가 우리는 윤미향씨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전락시킨 책임을 묻습니다. 남산의 기억의 터 기념조형물에는 심미자 할머니의 이름이 빠져 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의 임무는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했던 고통의 '기억'을 보존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해야 할 정의연에서 외려 심미자 할머니의 존재를 국가공동체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이것이 인류의 기억에서 할머니들의 존재를 지워버리려는 일본우익의 범죄적 행태와 뭐가 다른지, 윤미향씨께 해명을 요구합니다. 다시 묻습니다. 왜 심미자 할머니의 기억을 지웠습니까? 대체 누가 윤미향씨에게 그런 권리를 주었습니까?"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용수 할머니는 스스로 국회의원이 되어 교착상태에 빠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윤미향씨는 그것을 뜯어말렸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랬던 윤미향씨가 이제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가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용수 할머니는 하면 안 되는 국회의원을 왜 본인은 해도 된다고 믿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운동의 '주체'는 할머니들입니다. 이 운동을 위해 누군가 국회의원이 되야 한다면, 그 주체는 당연히 할머니여야 합니다. 왜 그들의 권리를 막고, 본인이 그 권리를 '대리'하겠다고 나서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런 윤미향씨에게서 우리는 운동의 주체를 동원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고, 저 스스로 권력으로 화한 시민운동권의 추악한 모습을 봅니다. 위안부 운동의 상징적 인물들이 윤미향씨에게 거의 저주에 가까운 원한의 감정을 표출하신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겁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 사실만으로도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까지 해온 행태를 통렬히 반성하겠죠. 하지만 윤미향씨와 그 남편은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그를 마치 고령으로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 몰아가며 심지어 할머니가 "목돈"을 원해서 그런다고 비방했습니다. 그 모습을 온 국민이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아픈 역사적 기억을 가진 위안부 운동이 일부 운동권 명망가들의 정치권 입문을 위한 경력으로 악용되는 것은 이제 허용돼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해서 의원이 된 사람이 이미 둘 있지만, 그들이 국회에 들어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들이 그후로도 화려한 꽃길을 걸었다는 것만 압니다. 그 경력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인물은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재판을 받는 것으로 압니다. 인권단체 출신의 인사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윤미향씨는 이용수 할머니에게 "꼭 국회에 들어가야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죠? 예, 그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왜 본인은 지키지 않는 겁니까?"라고 게재했다.
 
이어 "더불어시민당의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21대 총선은 한일전이다." 위안부 운동은 특정정파나 특정정당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국가주의 남성권력의 폭력으로부터  '여성'과 '개인'을 지킨다는 인류보편의 가치 위에 선 운동입니다. 그래서 한일양국의 외교적 갈등을  알지 못하는 세계인의 지지를 얻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일본인들마저 우리 편이 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윤미향 당선자는 의원이 되려고 위안부 운동을, 이웃나라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퇴행적 민족주의 선동에 악용했습니다. 할머니들의 고통과 시민들의 지지로 쌓아올린 30년 투쟁의 상징자본을 특정정당의 선거전술로 악용했습니다"라고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오로지 윤미향 당선자의 개인적 욕심으로 인해 위안부 운동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지금 윤미향 당선자가 해야 할 일은, 내용 없는 기자회견으로 자신을 변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절대로 자기 몫이 되서는 안 될 그 자리에서 물러나, 이제까지 제기된 수많은 의혹에 답하기 위해 검찰수사에 성실히 응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윤 당선자가 모든 혐의를 벗기를, 저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윤 당선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윤당선자가 망가뜨린 운동의 위엄과 격조가 조금이라도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윤당선자의 초심까지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바로 지금이 그 초심으로 돌아갈 때라 믿을 뿐입니다. 어느 토착왜구 올림"이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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