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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악연’ 이해찬 만난 김종인 “4년 전 내 자리였는데…“

‘32년 악연’ 이해찬 만난 김종인 “4년 전 내 자리였는데…“

기사승인 2020. 06. 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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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총선 대결, 김종인 꺾은 이해찬
20대 공천서 이해찬 탈락시킨 김종인
화기애애 분위기 속 송곳대화 오가
원구성·3차추경 신경전
이해찬-김종인 회동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네.”

32년 간의 ‘질긴 악연’을 이어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여야 수장으로 다시 만났다. 취임 인사를 위해 이날 집권 여당인 민주당 대표실을 찾은 김 위원장은 이 대표가 앉은 자리를 가리키며 이같은 농담을 건냈다. 이 대표는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4년 전’은 민주당 비대위 대표였던 김 위원장이 이 대표를 컷오프(공천 배제)했던 20대 총선 당시로 이 대표에게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과거로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은 “7선으로 의회 관록이 가장 많으신 분이니까 과거의 경험을 보셔서 빨리 정상적으로 개원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이 대표에게 우회적으로 협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원래 5일에 (개원을) 하도록 돼 있다”며 “기본적인 법은 지키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특히 이 대표는 “나는 임기가 곧 끝난다”며 “(김태년) 원내대표가 원숙한 분이라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해 나갔다.

5분 가량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 이 대표는 “3차 추가경정 예산안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며 조속한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내용을 보고하겠다”며 즉답을 주지 않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첫 만남에서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서로 웃고 있었지만 속내는 복잡다단했다. 지난 32년을 돌이켜보면 두 사람은 웃을 수 없는 ‘질긴 악연’이 똬리를 틀고 있다. 첫 만남은 13대 총선 당시인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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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4월 열린 제13대 총선 관악을 선거에 출마한 김종인(왼쪽), 이해찬(맨 오른쪽) 후보./연합
1987년 6·10 민주화항쟁 이후 처음 치러진 13대 총선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는 민주정의당 후보로 출마한 김 위원장과 평화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 대표가 맞붙었다. 5000여표(4%포인트) 차이로 김 위원장이 패했다. 첫 승부에서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을 꺾고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 달았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 직전 선거 출마자와 공천권 행사자로 다시 만났다. 당시 문재인 당 대표에 의해 비대위 대표에 오른 김 위원장은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강경파를 타깃으로 공천 칼날을 휘둘렀고 친노 좌장인 이 대표가 컷오프(공천배제)됐다.

이에 이 대표는 컷오프에 강력 반발하면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나와 당선된 뒤 보란듯이 복당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대표직을 던지고 탈당해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후 2018년 이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됐다.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1대 총선 한 달 전 김 위원장이 이번엔 보수 제1야당인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하면서 여야의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으로 다시 맞붙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과반을 넘은 177석으로 압승을 거둔 반면 통합당은 103석에 그쳐 김 위원장은 참패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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