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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아이들] (1) “아직도 훈육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죽음에 이르는 아이들] (1) “아직도 훈육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사승인 2020. 06. 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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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열한 폭력 '아동학대'...아이 키우는 4집 중 1집서 발생
아동학대 가해자 80%는 '부모'
계모에 의해 좁은 여행가방 안에 7시간 동안이나 갇혀있다가 1일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9세 어린이가 3일 저녁 끝내 숨졌다. 경찰은 구속 당시 계모에게 적용했던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바꿨으며 살인 혐의 적용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상습적인 학대 정황이 속속 확인됨에 따라 아버지 등 다른 가족들도 학대에 가담했거나 방조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학교폭력, 군대폭력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근절돼야할 3대 폭력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그 중에서도 아동학대는 ‘가장 비열한’ 형태의 폭력이다. 무엇보다 아동은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미성숙해 자기 방어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성인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 철저한 ‘약자’의 위치를 벗어날 수 없다. 아동학대는 특히 성인과 아동이라는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를,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왜곡해 인식하는 성인들에 의해 일어난다.

안타깝게도 아동학대 사례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6년 발간한 ‘아동학대 현황과 예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사례 중 학대의심 건수는 2001년 2606건, 2004년 4880건, 2008년 7219건, 2013년 1만857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된 2014년에는 1만5025 건으로 드러났다.

또 2014년 의심건수 가운데 실제 아동학대로 판단한 건수는 1만27건으로 66.7%였다. 아동학대 의심사례 3건 중 2건이 실제 아동학대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주위의 무관심으로 미처 발견되지 못한 사례들까지 감안하면 아동학대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병리현상이다.

최근 조사를 살펴봐도 아동학대는 줄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지난 3월 발표한 ‘2019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 가운데 지난 1년간 아동을 학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27.6%(여성 32.0%, 남성 22.7%)에 달했다. 2016년 부모에 의한 자녀 학대율(전체 27.6%, 여성 32.1%, 남성 22.4%)과 비슷한 수치다.

조사대상이 만 19세 이상 일반 국민 9060명(여성 6002명, 남성 3058명)으로 표본 수가 결코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아이를 키우는 4집 가운데 1집에서는 아동학대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 수치이다. 또 전체 27.6% 중 신체적 폭력은 11.3%, 정서적 폭력은 24%, 방임이 2%(복수응답)로 나타나 아동학대는 신체적·정서적 폭력을 동반한 복합적 형태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가장 기막힌 사실은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대부분 ‘부모’라는 것이다. 2017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로 판단내린 2만2367건 중 76.8%인 1만7177건이 부모(양부모 포함)에 의한 학대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 친부모의 학대 비율이 1만6386건(73.3%)으로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의 최근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도 아동 학대 발생 장소의 대부분(87%)은 ‘가정’이었고, 학대자의 83.8%가 ‘부모’였다고 밝혔다. 특히 한부모 가정(부자·모자 가정, 미혼부·모 가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가 전체의 40%나 차지했다.

자녀들의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 할 부모가 오히려 가장 두려운 존재로 밝혀진 것이다. 자식을 단순히 소유물로 생각하는 전통적 이해관계에 함몰돼 있거나, 부모의 역할과 자격에 대한 진지한 성찰없이 부모가 된 사람들이 만들어낸 파국이다.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가장 순수한 유년시절부터 타인과 사회에 대해 불신을 품고 엇나가고 있다. ‘훈육’을 핑계로 자행된 아동학대가 명백한 범죄행위인 이유다.

아시아투데이에서는 이번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의 실태를 점검해보고, 그에 대한 법적·사회적 대책을 진단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기획3부작/아동학대 해법 찾기>

[죽음에 이르는 아이들]

1. 훈육과 학대 사이...주범은 ‘부모’
2. 낮은 ‘양형’과 수법만 강조하는 ‘보도’
3. 전문가 진단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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