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고종수에 관한 오해, ‘그는 정말 리니지 폐인이었나?’

고종수에 관한 오해, ‘그는 정말 리니지 폐인이었나?’

기사승인 2009. 02. 07. 22:3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스포츠서울닷컴 | 김현회기자] 고종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13년간 프로 생활을 했던 그는 누구보다 많은 구설에 올랐고 은퇴 선언을 한 뒤로도 고종수에 관한 뒷이야기는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반응 중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본 기자가 만났던 ‘축구선수 고종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조금이나마 그에 대한 오해가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리니지 폐인이었다?
고종수의 사생활을 조롱하면서 가장 많이 돈 소문은 고종수가 온라인 PC게임인 ‘리니지’에 중독돼 자기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07년 대전에서 만났던 고종수는 기자에게 이런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1999년 수원에 있을 때였죠. 사실 숙소에 있으면 저녁에 할 게 별로 없어요. 회사원처럼 업무가 끝났다고 술을 한 잔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할 수 없어요. 다들 훈련이 끝나면 당구장이나 PC방에 가 스트레스를 푸는 게 전부죠. 그런데 감독님이 ‘당구 금지령’을 내렸어요. 당구장에서는 계속 서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몸이 쉽게 피곤해진다는 이유에서였죠. 결국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은 PC방이 전부가 됐어요.

그래서 PC방에 갔는데 팀 동료가 리니지를 하고 있더라고요. 따라서 몇 번 리니지를 해 봤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인터뷰 중에 ‘휴식 시간엔 뭘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PC방에 간다고 했더니 ‘주로 무슨 게임을 하느냐’고 기자분이 다시 묻더라고요. 그래서 ‘요새 리니지가 재미있더라’고 했죠. 그 말 한마디에 ‘고종수가 성을 먹었다. 레벨이 높다. 밤새 리니지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사실 그 이후로 리니지는 해본 적도 없어요. 연봉을 아덴으로 받는다고요? 그럼 전 뭘 먹고사나요?”

그의 여자문제는 복잡했다?
고종수는 한때 인기에 힘입어 많은 여자를 만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여자 연예인과의 스캔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면서도 해명할 필요가 있는 루머다. 고종수에게 이 이야기를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

“잘나가던 시절에 여자가 끊이질 않았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분명히 할 것은 제가 그분들께 먼저 다가간 적은 없었다는 거죠. 당시 저와 친하고 유명했던 동료와 가끔 나이트클럽에 가면 여자들이 ‘즉석만남’을 하기 위해 밖에 줄을 서 있을 정도였어요. 숙소에 있을 때에도 제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여자 연예인들이 먼저 연락을 해 오기도 했고요. 당시에는 제가 잘나갔으니 저와 만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많았어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죠. 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저와 깊은 관계였다고 소문을 내고 다닌 적이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제 여자친구가 저에게 해 주더군요. ‘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요. 저는 너무 황당해 ‘그분과 3자 대면을 하고 싶다’고 했고 결국 자리를 만들었죠. 그런데 소문의 주인공인 여자 분이 그러더군요. ‘고종수와 깊은 관계라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볼 것 같아서 그랬다’고요. 인기를 얻으니 이렇게 억울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나와 그렇게 친한 척을 하던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이 이제는 제 연락도 안 받아요. 먼저 연락해 친분을 과시하던 사람들이 제가 나락에 떨어진 후로는 저를 멀리하죠.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남들 다 하는 연애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들이 말하는 것만큼 여자관계가 복잡하진 않았어요. 잠깐 인기가 있을 때 주위에서 저의 이미지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거죠.”

그는 건방졌다?
고종수는 신문 1면에 자주 등장했다. 전날 멋진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넣어 1면에 등장한 경우도 있었지만 반대로 그의 건방진 행동이 톱을 장식한 경우도 많았다. 고종수는 정말 건방진 선수였을까.

“대표팀에 있다가 무릎 수술하러 독일에 간 적이 있었어요. 감독님과 상의 후 결정한 일이었는데 다음날 신문 1면에는 ‘고종수 국가대표 퇴출!’이라고 크게 나왔더라고요. 가판만 본 사람들은 ‘쟤 또 무슨 사고 쳤나보다’하겠죠. 수술받으러 독일 간 게 ‘퇴출’인가요? 기자에게 항의하면 그냥 미안하다는 말로 끝나더라고요.

한번은 신문 1면에 ‘고종수, 기자들 반말하지 마!’라는 기사가 나왔어요. 어느 날 파주에서 훈련하고 있는데 어떤 기자가 다가와 ‘내가 야구 담당하다 이번에 축구 쪽으로 왔어. 야, 반갑다’하기에 ‘저 아세요?’라고 물어봤죠. 저와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 반말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라면 친분이 있는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랬더니 빨개진 얼굴로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별생각 없었죠. 그런데 웬걸요. 다음날 신문 1면에 ‘나한테 반말하지 마!’라는 제목의 기사로 제 이야기가 실렸더라고요. 1면만 본 사람들은 ‘고종수는 정말 건방져’ 이럴 거 아니겠어요.”

그는 프로답지 못했다?
한 번은 고종수의 인터뷰를 위해 대전 클럽하우스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고종수와 김호 감독의 끈끈한 사제지간, 고종수의 부활이 이슈가 될 때였다. 이 때문에 대전 클럽하우스에는 기자들이 고종수 인터뷰를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미리 구단 관계자와 연락을 취해 인터뷰 약속을 잡았지만 막상 클럽하우스에 가 보니 앞선 기자들의 인터뷰가 길어져 스케쥴에 차질이 생겼다.

오후 훈련이 끝난 대전 선수단은 저녁 식사 후 다들 숙소로 돌아갔고 가정이 있는 선수들은 퇴근(?)했다. 뒤늦게 다른 언론사 인터뷰를 마친 고종수는 혼자 쓸쓸히 저녁식사를 했다. 모두가 퇴근한 구단 식당에는 찬밥과 김치, 김이 전부였다. 고종수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고 아직 인터뷰를 시작조차 못한 본 기자는 초조했다. 구단 관계자와 이미 인터뷰를 약속했지만 상황을 보니 고종수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답변을 이미 하루 동안 서너 번은 한 그와 인터뷰를 하기가 미안했다.

혼자 저녁식사를 마친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 “저, 오늘 인터뷰하기로 한 기자입니다.” 그러자 고종수는 퉁명하게 말했다. “잠깐 방에 올라갔다 올게요. 기다리세요.” 밝지 않은 표정으로 방에 올라가는 그를 바라보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본 기자 역시 고종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그가 인터뷰를 거절할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5분 후 그는 옷을 갈아입고 인터뷰실로 내려왔다. 그는 “여러 매체 인터뷰를 하루에 다 몰아서 했는데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오면기자들도 난감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한 이날만 서너 번은 들었을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 해줬다. 조금 전까지의 퉁명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갔다. “이건 아까 인터뷰에서는 하지 않았던 말인데요…”하며 밤늦은 시간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전해준 고종수. 이미 수백 번은 언론에 당했던 선수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프로페셔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고종수는 많은 오해를 남긴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하지만 이런 오해들은 고종수 본인에게서 생겨났다기보다는 주위의 영향이 컸다. 언론과 팬,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려는 유명인사가 만든 오해의 피해자 고종수. 그는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고종수의 선수 생활까지 폄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90minutes@media.sportsseoul.com


▶ 관련기사

- ‘고종수의 왼발’이 남긴 잊지 못할 기억

- 고종수 무릎 통증 40%까지 완화…주말 재검에 따라 본격 재활

- 대전 고종수 '악 내 무릎' …정밀 진단차 일본행

- [터치라인] 김호 "고종수를 이용하는 선수가 없네"

- [스타] 극적 동점골 고종수 "뒤풀이를 하려던 찰나 쥐가 났다"

- 대한민국 스포츠 연예 뉴스의 중심 스포츠서울닷컴
Copyrights ⓒ 스포츠서울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