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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아하 이런법이?]‘가짜’ 장자연 편지 제보한 전씨는 무슨 죄? SBS는?

*[최석진의 아하 이런법이?]‘가짜’ 장자연 편지 제보한 전씨는 무슨 죄? SBS는?

기사승인 2011. 03. 1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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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서위조ㆍ사자(死者)명예훼손ㆍ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최석진 기자] 16일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의 자필편지 사건을 수사 해온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 광역수사대와 분당경찰서는 문제의 편지는 장씨가 작성한 게 아니며 장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전모씨(31·수감중)가 신문 기사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들을 토대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가짜 편지를 만들어 언론사에 제보하고 법원에 탄원서와 함께 제출한 전씨의 행위는 형법적으로 어떤 범죄에 해당할까요?

이날 수사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전씨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갑식 경기경찰청 형사과장은 “현재 전씨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전씨의 행위는 형법상 사문서위조죄와 사자(死者)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공문서와 달리 사문서의 경우 사망한 사람 등 실재(實在)하지 않는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문서를 위조한 경우 사문서위조죄의 성립을 부정해오다가 200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입장을 변경, 사문서위조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씨가 문제의 편지들을 본인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아직 경찰이 전씨의 위조사실을 입증할 확실한 물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과 위조된 편지에 ‘장자연’이라는 편지 작성자의 명의가 정확히 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씨가 사문서위조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진실한 사실’의 적시(摘示. 지적해 보이는 것)를 통해서건 ‘허위 사실’의 적시를 통해서건 모두 성립하는 것과 달리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반드시 ‘허위 사실’의 적시를 통해서만 성립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씨를 장씨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사법처리하기 위해서는 전씨가 문제의 편지를 작성했다는 것과 편지에 기재된 장씨와 관련된 내용이 허위라는 점, 전씨가 허위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이 입증돼야 합니다.

한 가지 더, 형법상 사자(死者)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장씨 유족의 고소가 있어야 합니다.

다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경우 우리 대법원은 일반 공무집행방해죄와 달리 반드시 상대방이 위계로 인해 잘못된 처분을 하는 등 실제로 업무방해의 결과가 발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 등 수사기관의 경우 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이나 참고인의 진술과 상관없이 피의자를 확정하고 조사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허위사실을 신고하거나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날 김 과장은 또 장씨의 자필편지를 최초로 입수해 필적감정을 거쳐 보도했던 SBS 측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포함한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과장은 “필적 감정에는 글씨의 형태, 즉 ‘필체’에 대한 감정과 글씨를 눌러 쓴 흔적, 즉 ‘압흔’에 대한 감정 두 가지가 있다”며 “필체의 경우 쉽게 흉내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압흔을 통한 감정이 보다 정확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SBS의 경우 원본이 아닌 ‘사본’과 ‘사본’을 가지고 감정을 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원본’과 대조해 감정을 한 만큼 우리 측 결과가 더 정확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국과수와 경찰의 발표대로라면 SBS 측은 ‘가짜’ 장자연 편지를 ‘진짜’인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편지에 거론된 인물들과 고(故) 장자연씨, 그리고 장씨의 사건을 수사할 당시 편지의 존재나 편지에 기재된 내용을 파악하고도 부실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찰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SBS 측의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와 ‘위법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특히 형법 310조(위법성의 조각)는 ‘제307조제1항의 행위(명예훼손)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SBS 측은 보도 당시 문제의 편지가 ‘장씨가 작성한 게 맞다’는 필적감정까지 거쳤기 때문에 장씨의 자필편지라고 믿고 보도를 했다고 봐야 하고, 또 편지에 기재된 성접대 등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 보도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 성립을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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