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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기술 없는 KIST에 국새 제작 맡겨”

“행안부, 기술 없는 KIST에 국새 제작 맡겨”

기사승인 2011. 06. 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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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 구성업체 아닌 곳에 하청도
-전통 제작방식 안 써 위조도 쉬워


[아시아투데이=홍성율 기자] 행정안전부가 형식적인 공개 입찰을 통해 국새 주물 기술이 없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제5대 국새 제작을 맡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미 낙찰자가 KIST로 내정된 상태에서 입찰 공고를 내고 공공기관과 민간 업체를 모집해 공정하게 보이려 했다는 것.

8일 주물업계에 따르면 국새 제작 능력이 없는 KIST와 조폐공사는 이번 국새 입찰 제안서 평가에서 100점(기술평가 80·가격평가 20) 만점에 각각 총점 93.01점과 87.34점을 받았다. 반면 기술력을 보유한 민간 업체는 78.41점을 얻는 데 그쳐 협상 부적격자로 선정됐다.

기술 제안서에 대한 심사 시간도 KIST는 1시간에 달했지만, 조폐공사와 민간 업체는 각각 10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가 발주한 공개 입찰에 한 곳만 참여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공기관과 민간 업체 한 곳씩 참여시켜 공정성 논란을 불식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난 1999년 3대 국새 제작 때 균열된 국새를 9번이나 납품한 KIST가 다시 제작을 맡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국새는 귀금속 등과 달리 주물의 크기가 커 20년 경력의 주물 기사가 작업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데 연구원들이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KIST가 컨소시엄 구성 업체가 아닌 한 귀금속 업체에 국새 제작을 하청하는 등 제작 절차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KIST는 예술세계, MK전자 등 민간업체 두 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귀금속 업체 L사에 하청했고, L사가 단가 문제 등으로 이를 다시 다른 업체의 엔지니어에게 의뢰했다.

그러나 국가가 발주한 입찰은 낙찰자가 선정되면 컨소시엄을 새로 구성하거나 기존 컨소시엄 구성원 변경, 하청 또는 재하청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취소와 이에 대한 제반사항을 변상해야 한다.

귀금속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건으로 KIST와 컨소시엄 구성 업체가 국새를 제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며 “제작기간이 3개월이나 걸린다는 것도 실력이 없어 외주업체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만 있다면 순수 제작기간 15일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국새 제작 방식도 인문(印文·새겨진 글자)을 망치와 정을 이용해 깎아서 새기는 전통방식이 아닌 주물 방식으로 만들어 위조가 쉬운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와 KIST는 이번 국새 제작 입찰이 기술력 평가를 통해 공정하게 이뤄졌으며 제작 방식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금속 공예가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국새제작위원회가 업체별 입찰 제안서 발표를 보고 공정하게 평가했다”며 “제작 방식도 위원회가 KIST의 제안을 받아들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KIST가 균열이 발생한 3대 국새를 만들었다고 해서 낙인찍는 건 옳지 않다”며 “명예회복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5대 국새 제작 총괄책임을 진 도정만 KIST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주물 기술을 이용한 연구 과제를 4개나 했다”며 “국새 제작에 필요한 미확보 기술도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예비실험을 통해 모두 확보했다”고 말했다.

도 박사는 “인문을 깎아서 만들면 속을 비울 수 없어 국새 무게가 15kg 정도 나가는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며 “금속은 돌과 달리 깎기가 어려워 원래 모형과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KIST와 L사의 계약이 취소되면서 국새를 제작할 외주업체를 다시 수소문하는 등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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