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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드의 컬처 인사이트]뮤지컬의 전설 ‘노트르담 드 파리’<11>

[나비드의 컬처 인사이트]뮤지컬의 전설 ‘노트르담 드 파리’<11>

기사승인 2012. 11. 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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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원조의 힘' 대사없이 노래만으로도 관객 압도
올해 내 삶을 풍요롭게 했던 문화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말하겠다.

오리지널 팀이 6년 만에 내한하여 선보였던 공연이었는데, '원조'가 내뿜는 아우라는 상상이상이었다. 공연을 보는 내내 브로드웨이의 어느 대극장에 와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관람석에 듬성듬성 빈자리도 많았고 세종문화회관의 음향시설이 뮤지컬과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강했지만, 배우들의 강렬한 흡인력과 웅장한 스케일이 이름 난 뮤지컬의 진가를 증명했다.

프랑스 뮤지컬의 전설 '노트르담 드 파리'가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은 2005년이다. 오리지널 팀의 투어 공연으로 시작되어 2006년에는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졌는데 당시 세종문화회관 역대 최다 관람객을 연이어 경신했다. 한국어버전은 2007년에 초연되었다. 오리지널이든 한국어버전이든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감명받은 것을 보면 빅토르 위고가 쓴 원작 '노틀담의 꼽추'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단 생각이 든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여타 브로드웨이 뮤지컬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노래를 담당하는 배우와 안무를 담당하는 배우가 따로 구분돼 있어 공연의 완성도가 높다.

폭발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전문 싱어, 전위적인 춤사위를 선보이는 현대무용댄서와 비보이댄서,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아크로바틱 등으로 분리된 각 파트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뮤지컬이라 하면 무조건 춤, 노래, 연기 3박자를 모두 갖춘 만능인들의 조합이라 생각하는 시선에 따끔한 일침을 주는 걸작이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간결한 무대미학이었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하고 있는 무대배경은 작품 속 콰지모도의 직업인 종지기를 표현한 성당 벽이면서도 극중 인물들의 삶을 대변하는 장치이자 이뤄질 수 없는 인연의 비극적인 담이기도 하다. 상징적인 무대장치는 장면이 변화할 때마다 새로운 인상으로 탈바꿈한다. 댄서들이 바퀴달린 펜스를 움직이며 휑한 무대를 이리저리 가로지를 때는 그 응용력과 무대연출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가 없이 노래만으로 진행되는 오페레타 구조를 지녔다. 필자와 함께 관람했던 지인은 계속되는 노래에 잠시 지루함을 느꼈노라 토로했다. 그러나 뛰어난 가창력으로 무장한 뮤지컬넘버는 지루함을 금세 떨쳐준다. 시적인 가사에 아름다운 선율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트르담 드 파리'의 뮤지컬넘버는 언어가 다름에도 관객들을 압도시키기에 충분했다.

원조를 향한 맹목적인 찬양도 아니고 '노트르담 드 파리'를 유독 편애하는 것도 아니지만, 외국의 원작을 한국어버전으로 덧입힌 작품들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어버전은 알아듣기가 쉬워서 그 자체만으로도 친절하게 느껴지지만 배우들의 창법이나 표현력이 오리지널 팀의 모방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기사에서 내년도에 공연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우 오디션 공고를 보았다. 어떤 인물들이 한국어판 콰지모도가 되고 에스메랄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원작을 능가하는 주인공으로 분해주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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