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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50대여, 힐링하지마라. 생각하라”

[희망 100세 시대] “50대여, 힐링하지마라. 생각하라”

기사승인 2013. 01. 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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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김봉규 교수의 행복 이야기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남편이 손에 쇼핑백을 하나 들고 들어왔다. "당신 그동안 고생했어, 내가 담뱃값 아껴서 산 가방이야. 당신도 명품가방 하나 갖고 싶다고 했지? 동창회 다녀와서 우울해 있는 당신보며 그게 늘 마음에 걸렸어"

나는 가방을 안고 펑펑 울었다.

나는 왜 울었을까? 나도 이제 명품가방이 생겨서? 남편의 사랑이 고마워서?

둘다다. 명품가방 그 자체도 좋지만 돈을 아껴서 그걸 사줄만큼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가방으로 얻은 행복감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내 남편의 사랑은 평생 내 가슴에 남아 나를 행복하게 해줄것이다. 우리는 이제 순간적인 행복감이 아니라 행복 그 자체를 찾아야 한다.

회사에서 치이고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50대 남자들, 아이들한테 소외받고 남편한테 무시당하는 50대 여자들, 우울한 마음에 술을 퍼 마시고 쇼핑을 하며 순간적인 행복감에 빠져있지 않은가? 이제 이런 가짜 힐링에 속지말자. 행복감, 위안을 넘어선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날때다.

김봉규 교수를 만나러 갑니다

1월 4일 서강대 평생교육원 한 강의실에서 김봉규 교수가 학생들에게 행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1월 4일. 살을 에이는 듯 칼바람을 뚫고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에 도착했다. 방학이라 건물 안도 춥기는 마찬가지 였다. 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 안은 바깥과는 전혀다른 느낌이다. 김봉규 교수의 문화철학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내뿜는 입김과 온기가 따뜻했다.

나도 강의실 한켠에 앉았다. 옆에 있는 학생에게 물었다.

"이 수업 왜 들어요?"

"지난해 교수님 '철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거든요. 그때 인생 변한 얘들이 몇몇 있죠. 그 아이들끼리 모여 수업을 다시 개설해달라고 학교에 압력(?)을 넣었어요."

"아~ 학교에서 개설한게 아니라 학생들이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수업이네요. 그래서 이렇게 텅빈 건물에 이 수업만 열리는 거군요."

"네."

"뭐가 그렇게 좋았어요?"

"교수님 강의 주제는 행복이에요. 행복이 행복감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씀해주셨어요. 생각해보면 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건 행복감이었는지 몰라요. 남자친구에게 선물받고 '아~ 행복하다'라고 느꼈는데 교수님 말을 빌리자면 그건 행복이 아니라 행복감이었던거죠. 한 시간 지나니 그 행복하다라는 느낌이 사라지더라구요. 진짜 행복해지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뭘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어요. 지난해 한 학기 동안 교수님과 함께 그 답을 찾아나섰고 조금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 것 같았는데 강의가 끝나버렸지요. 그래서 다시 듣고 싶어 교수님을 찾아온거구요."

옆에는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 강의는 어떻게 알고 오신거에요?"

"우리 딸이 알려주더라구요. 한번 들어보라고. 제가 요즘 우울증에 빠졌거든요. 자식위해 평생 직장서 더러운 일도 참아가며 일했는데 요즘에는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소주 한잔 하며 딸이랑 이이야기 저이야기 하고 있는데 딸이 갑자기 '아빠가 누군지 찾아봐, 그럼행복해 질거야. 우리 아빠로, 집안의 가장으로 사는거 말고' 고맙게도 그렇게 조언해주더라구요. 이 강의 참 기대되네요."

교실문이 스르륵 열리고 김봉규 교수가 들어왔다. 3시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것 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방을 싸고 있을때 교탁앞으로 나가 김봉규 교수를 만났다.

"교수님,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예"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 해요. 여긴 앉을 곳이 마땅치 않네요."

우리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김봉규 교수의 철학 이야기

김봉규 교수가 눈 내린 서강대 교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철학이라는게 이렇게 나와 가까운 학문인지 오늘에야 알았네요. 교수님 말씀이 가슴을 콕콕 찌르더라구요. 교수님은 왜 철학이라는 걸 공부하게 되셨어요?"

"저는 평생 '행복'이란 걸 고민한 사람이에요.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었고 무엇이 행복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던 사람이죠.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독일 유학 다녀오고 첫 번째 의미를 찾았어요. 유학이 끝나고 처음 강의를 하던 1996년도에 ' 내 삶의 의미는 가르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거죠.

그러다가 1999년도부터 10년 동안 방황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또 다시 행복을 찾아 헤맸어요.

그러다 2009년이 되던 해 다시 행복을 찾았어요. 정확하게 얘기하면 행복을 만난거죠.
그래서 행복을 이야기하는 철학 교수가 됐다. 어떻게 행복을 만났는지 이야기해 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오늘 하루 꼬박 새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요. 그건 다음에 이야기 하는 걸로 하죠."

"교수님이 만났다는 그 행복이 요즘 이야기 하는 힐링하고도 비슷한 건가요? "

"아니요. 조금 달라요. 사실 힐링의 본 뜻은 좋은 의미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는 힐링은 의미가 변질됐어요.

일단 힐링이라는 말은 이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아프다’는 것을 전제로 하죠. 그런 의미에서 힐링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병든 사회라는 것을 알수있어요.

환자가 아플 때 약을 주는 것처럼 정확한 처방으로 그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것이 진짜 힐링이죠.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난무하고 있는 수많은 ‘힐링’’치유’ 라는 단어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잠깐 달래주고 위로하는 것에 그치는 것 같아요. 명의는 사라지고 너도 나도 진통제만 처방할 뿐이죠."

"그럼 진짜 힐링은 뭔가요?"

"아프더라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진짜 힐링이죠. 원래 몸에 좋은약이 더 쓰다고 하죠.

5060세대가 갖고 있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따듯한 말, 위로 보다는 내가 무엇때문에 불안한지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럼 5060세대의 ‘불안’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당연히 행복을 찾지 못해서 불안한거죠. 사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요.
그리고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행복을 찾으면 불안이 해소될텐데 문제는 구체적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에요."

"그럼 행복은 뭔가요?"

"요즘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자신이 행복할 것이라고들 생각하죠. 이건 5060세대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 심지어 어린 아이들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진짜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할까요? 좋은 차, 좋은 집을 사고 명품 가방을 든다고 행복해지나요? 물론 잠깐 동안 만족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허무해지고 다시 다른 것으로 내 행복을 채우려고 하죠.

물건으로 일정시간 동안 행복해진 것처럼 느끼지만 다시 허전해지고 다시 행복을 채우려 하는겁니다.

행복이란 이렇게 일시적인 것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행복’과 ‘행복감’을 구분해야 합니다."

"행복과 행복감은 어떻게 다른가요?"

"먼저 행복감은 흔히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것들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돈, 명예, 재물 등 눈에 보이는 거죠. 예를 들어 고등학생들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죠. 만약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학생의 행복감은 최상으로 치솟아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에요.

대학에 가면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해야하죠. 취직, 승진,결혼...
물론 이 단계에 도달할 때 마다 행복감이 최상이 되지만 문제는 그 것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5060세대가 노후가 재정적으로 안정되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행복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에요.

행복감은 일시적인 만족만 채워줄 뿐 행복을 지속시켜줄 수 없어요. 반면에 행복은 ‘무엇’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행복한 것이죠.

내 자신이 행복할 수 있을 때, 그 행복이라는 감정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5060세대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죠. 내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것은 행복감에 도취되서 살다가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에요.
내가 진정 살고 싶은 삶이 어떤 삶인지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사람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에 한 발을 내딛는 수 있을거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김봉규 교수는?

김봉규 교수는 독일 퀠른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따고 동 대학에서 철학,문학,신학 석사학위와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만남-10차원의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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