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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미래 대진단] “아베 정권, 한국 약점 쥐고 일본색(色)에 맞추려 해”

[동북아 미래 대진단] “아베 정권, 한국 약점 쥐고 일본색(色)에 맞추려 해”

기사승인 2013. 11.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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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특집] 호사카 교수, 아베 정권 감추어진 속내 해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20일 연구실에서 아시아투데이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세종대 제공
아시아투데이 송병형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두 얼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며 최근 일본을 찾은 한국 정치인들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강행·독도 영유권 주장·일본군 위안부 부정·교과서 역사 왜곡 강요 등을 정책 차원에서 실현시키고 있다. 아베 정권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호사카 유지(保坂祐二·57) 세종대 교수는 “아베 정권이 아주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베 정권은 자신들이 계속 그렇게 주장을 하면 언젠가는 한국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약점을 틀어쥐고 한국을 일본의 색깔에 맞춘다는 게 아베 정권의 속내라는 설명이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정권은) 한국에는 금융 분야에서 약한 부분도 있고 해서 반드시 언젠가는 한국이 일본 쪽으로 기울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야만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돼 한·미·일 동맹관계가 확고하게 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는 20일 호사카 교수를 만나 아베 정권이 생각하는 한·일 관계 청사진과 속내를 파헤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아베 총리와 그 추종자들이 일본 사회의 우경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심도 있게 이야기됐다.

- 아베 정권은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원한다며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집단적 자위권·독도·일본군 위안부·교과서 문제 등에서는 더 우경화된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아베 정권은 한·일 관계를 일본을 중심으로 정상화시키려고 한다. 일본의 사상과 정치적인 방향에 한국이 맞춰 주기를 원한다. 과거사 문제도 일본이 아닌 한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게 속내라고 할 수 있다.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참배도 일본의 문제이니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자신들도 한국에 대해 어느 정도 양보를 하겠지만 한국이 일본의 말을 많이 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국이라는 위협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한·일이 하나가 되기 위해 일본 말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이것이 한국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은 이유다. 그래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독도 문제로 계속 도발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역사 인식에 있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 아베 정권은 진심으로 한국이 자신들의 그런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나?

“아베 정권은 한국이 다 받아들이라는 입장이다. 아주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자신들이 계속 그렇게 주장을 하면 언젠가는 한국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금융 분야에서 약한 부분이 있어 언젠가는 한국이 일본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미국과의 관계도 정상화돼 한·미·일 동맹관계가 확고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결국 한국도 이 목표에 대해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고 아주 쉽게 생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색깔에 한국이 완전히 맞추어가야 한다는 게 아베 정권의 속내다.”

- 한국의 약점을 공략하겠다는 말은 일본 강경보수잡지인 주간문춘(週刊文春) 최근 기사에도 나왔다. 그 기사에서 소개된 이른바 정한(征韓, 한국 정복·침략) 전략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다고 보나?

“주간문춘이라는 잡지가 보도한 것뿐이라고 평가절하해야 한다. 이 잡지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진위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 잡지도 우파이고, 문제의 발언을 한 아베 총리의 측근들도 우파다. 사석에서 만나 ‘일본이 금융 제재를 가하면 삼성 같은 기업도 무너진다’는 말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지 진실인지는 확인이 안됐다.”

-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베 총리와 그 추종자들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아베 정권은 일본 국민들을 교육하고 있다. ‘일본은 침략국가가 아니었다’라는 우경화 교육을 하고 있다. 이것은 보편적인 역사관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세계는 독일의 나치와 일본제국주의를 같다고 생각한다. 1945년 이후에 유엔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계적인 레짐이 있었다. 독일·일본·이탈리아 등 당시 추축국들은 유엔에 적국으로 규정돼 있다. 이는 아직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베 정권은 이 같은 세계적인 시스템을 부정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인들이 알링턴 국립묘지에 가는 것과 같다’고 일본 국민들에게 교육한다. ‘독도는 당연히 일본 땅’이라고 가르친다. 본질을 완전히 흐리고 일본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헌법도 개정해야 하고 집단적 자위권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침략국가가 아니고 보통국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당시 전쟁에 패배했을 뿐이지 침략국가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를 패배시킨 미국과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가르친다. 아베와 그 추종자들은 이렇게 보통국가를 내세우면서 과거 일본이 침략국가였다는 사실을 완전히 일본 국민들의 마음에서 배제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는 우파집단의 중심이다.”

- 아베와 추종자들은 언제 생겨났고 어떤 활동을 해왔나?

“이러한 움직임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정권이 출범해 자민당이 야당이 됐다. 그때 나온 것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군의 관여를 인정한 1993년 고노(河野) 담화다. 자민당이 여당으로 복귀하기 위해 자민당 색을 아주 강하게 내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이 내건 것이 위안부를 부정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을 합법화시키고 그 다음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자민당이 재집권하고 처음 들어선 무라야마 도미이치 (村山富市) 정권에서 무라야마 담화가 나왔다. 그 이후 자민당 내부적으로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있었다. 이 상황에서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젊은 의원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자민당 우파의 지원으로 출범했다. 이 모임을 통해 아베와 추종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모두 우파였고, 목표는 위안부 문제를 완전히 교과서에서 삭제시키고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는 교과서 문제로 대두돼 1차 아베 내각 때 교육기본법이 개혁됐다. 그들은 일본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강조하겠다는 의미로 개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1차 아베 내각에서 집단적 자위권·헌법 개정·위안부 부정·고노담화 수정 등 지금 말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호소카 유지 교수는 1956년 도쿄(東京)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 공학부를 졸업했다. 졸업 후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1998년부터 세종대 일본학 교수로 임용됐다. 1986년 한국인 여성과 결혼, 2003년 대한민국에 귀화했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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