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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강선 KTX 타고 떠나는 강릉 겨울바다 여행

[여행] 경강선 KTX 타고 떠나는 강릉 겨울바다 여행

기사승인 2017. 12. 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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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톱/ 정동진해변
겨울 정동진해변. 수평선은 날카롭고 파도는 더욱 요란하게 부서진다. 겨울바다를 마주하고 서면 곰삭은 앙금이 시나브로 떨어져 나간다. 겨울바다는 다 비워내기 좋은 곳이다.
사는 것 참 퍽퍽하다 싶을 때 겨울바다 보러간다. 사위 고요한 해변에 우레처럼 울리는 파도소리가 곰삭은 앙금을 시원하게 거둬간다. 수평선은 또 어찌나 날카로운지 보고 있으면 속이 참 후련해진다. 이러니 겨울바다는 무언가를 말끔하게 비우기 적당한 곳이다. 비워야 무엇으로든 다시 채울 수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경강선 KTX가 22일 개통한다. 서울과 강원도 강릉을 1시간 50분대에 연결한다. 승용차나 버스를 타면 3시간 이상, 기존 무궁화호를 타면 6시간 이상 가야했던 여정이다. 세상이 참 빨라졌다. 세상이 변하면서 잃는 것이 생긴다. 반대로 얻는 것도 있다. 강릉의 아름다운 바다를 더 빨리, 더 오래, 더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도시인에게 썩 괜찮은 변화다.

여행 톱/ 정동심곡바다부채길
2300만년전 형성된 해안단구 지역에 조성된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여행 톱/ 바다열차
동해를 바라볼 수 있도록 좌석이 배치된 ‘바다열차’.
◇ 겨울바다를 가슴에 품다…정동진해변·바다부채길

경강선 KTX는 중앙선을 따라 만종역까지 간다. 만종역에서 강릉역까지 고속열차를 위한 새로운 철로가 놓였다. 중간에 횡성·둔내·평창·진부역도 새로 들어섰다. 어디든 내려서면 강원도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반긴다. 특히 진부역에서는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과 스키 종목 경기가 열리는 주요 스키장들이 가깝다. 차로 약 20분이면 갈 수 있다. 개통을 앞두고 미리 타 본 경강선 KTX는 오전 9시 서울역을 출발해 오전 10시 54분에 강릉역에 닿았다. 청량리역 기준으로는 1시간 26분만이다.
강릉에는 이름난 해변들이 참 많다. 정동진해변도 이 가운데 하나다. 그 유명한 경포대보다 겨울 정서와 잘 맞는 곳이다. 정동진해변은 빨간 지붕을 인 그림 같은 정동진역으로 유명하다. 정동진역은 1995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하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암울한 80년대의 시대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린 ‘모래시계’는 당시 64%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사랑받았다. 요즘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공연 중이다.
정동진역은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있는 역으로도 잘 알려졌다. 플랫폼에서 모래사장이 보이고 그 너머가 동해다. 그림 같은 역에 그림 같은 기차도 다닌다. 관광열차인 ‘바다열차’다. 동해를 바라보며 정동진~삼척 구간(56km)을 운행하는데 좌석들이 모두 바다쪽으로 난 창문을 향해 있어 구경이 편하다.
정동진역 옆에 있는 굴다리 지나면 정동진해변이다. 해변 끝, 암벽 위에 우뚝 선 거대한 크루즈(썬크루즈리조트)가 유별나지만 겨울해변의 호젓함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넓은 모래사장과 끝없는 수평선은 눈을 깨끗하게 만들고 파도소리는 귀를 맑게 한다.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 이 멋에 반해 겨울바다 찾는 이들이 제법 많다. 덤으로, 마음 살필 여유도 얻는다.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계절에는 눈이 마음을 향하지 못한다.
겨울바다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을 걸어본다. 정동진해변 썬크루즈리조트에서 심곡항까지 약 2.86km 구간의 해변을 따라 조성된 길이다. 특히 이 구간은 2300만년 전 형성된 해안단구 지역이라 깎아지른 기암과 해안절벽이 길을 따라 함께 달린다. 웅장하고 단단한 바위, 여기에 부딪쳐 요동치는 파도가 이토록 시원하다. 살을 에는 칼바람도 바다와 어우러지면 멋진 추억이 된다. 게으름 부리며 걸어도 1시간이면 완주(편도) 할 수 있다.

여행 톱/ 안목해변
로스팅 커피전문점들이 늘어선 안목해변.
여행 톱/ 소돌아들바위공원 해변 산책로
소돌아들바위공원 해변 산책로.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해돋이 명소다.
◇ 감미로운 커피 향·로맨틱한 해돋이…안목·소돌해변

커피가 생각나면 안목해변으로 간다. ‘커피 거리’가 있다. 로스팅 커피를 내는 커피전문점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늘어섰다. 진한 커피 향이 바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정동진에서 차로 약 20분거리다. 안목은 2000년대 초반만해도 커피자판기가 많았다. 약 500m의 해변에 무려 80대가 넘는 커피자판기가 놓이기도 했단다. 그래서 한때 해변은 ‘길 카페’로 통했다.
이유는 이렇다. 안목은 작은 어항이었다. 이곳 어부들을 위해 하나둘 놓인 자판기가 입소문을 탔다. 안목해변은 강릉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였다. 주머니 가벼운 젊은이들이 동전 몇 개 넣고 커피를 뽑아 모래사장이나 차 안에서 마시며 데이트를 했다. 바닷가라서 전망도 훌륭했다. 이것이 또 입소문을 탔다. 강릉시내 직장인들도 이곳을 찾아왔다. 점심식사를 하고 자판기커피 한잔 마시러 들렀다. 아주머니들도 삼삼오오 무리지어 이곳에서 오후시간을 즐겼다. 수요가 늘어나며 자판기도 늘었다. 해변은 물론 골목, 슈퍼마켓 앞, 공중화장실 옆 등 곳곳에 커피자판기가 생겼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늘 이용하는 각자의 ‘단골 자판기’까지 있었단다. 안목의 커피자판기가 강릉 명물이 됐다. 2001년에는 국내 1세대 바리스타로 꼽히는 박이추씨가 강릉에 터를 잡고 이듬해 ‘커피 공장’으로 알려진 ‘테라로사’까지 입소문을 타면서 강릉은 커피의 도시로 각인됐다. 요즘은 가을마다 커피축제도 열린다.
시간이 흘러 안목항에는 현대식 강릉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섰다. 울릉도 가는 배가 여기서 떠난다. 해변의 커피자판기도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커피 향기는 여전히 바람을 타고 코끝에 전해진다. 이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지금도 안목을 찾아온다. 겨울에도 그렇다.
강릉에서 해돋이까지 보고 싶다면 주문진해변 남쪽에 위치한 소돌해변을 찾아가본다.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까지 놓여 있어 해돋이가 참 예쁘다. 특히 소돌아들바위공원은 현지인이 꼽는 해돋이명소. 울퉁불퉁한 형상의 ‘아들바위’가 있는데 자식을 갖기를 간절히 원하던 이가 이 바위에 기도를 한 후 아들을 얻었다니 기도 효험까지 기대할 수 있다.
강릉의 멋진 바다이야기에 귀가 솔깃하다면 꼭 기억한다. 멋진 겨울바다까지 2시간도 채 안걸리는 요즘이다.

여행 톱/ 경강선 KTX
경강선을 달리는 KTX ‘산천’


[여행 메모]  

경강선 KTX는 22일 개통 후 서울~강릉 간 편도 기준 주중 18회, 주말 26회 운행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내년 2월 한달 간 편도 기준 총 51회로 증편된다. 서울~강릉 114분(2만 7600원), 서울~청량리 86분(2만 6000원) 소요된다. 코레일은 현재 현대캐피탈과 함께 운영 중인 시간제 차량대여서비스인 ‘KTX-딜카’를 경강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10분 단위로 차량을 대여하는 서비스다.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와 달리 원하는 곳에서 차량을 배달 받고 아무곳에서나 반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함께 연계하면 여행이 더 편해진다.
경강선 KTX 예매는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코레일은 경강선 KTX 개통을 기념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붐업 조성을 위해 22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다양한 승차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50% 파격특가 승차권’ ‘넷이서 5만원 특별상품’ 등 경강선만의 할인상품도 판매 중이다. 경강선 KTX 승차권은 레츠코레일 홈페이지, 모바일 앱 ‘코레일톡’, 전국 철도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코레일 홈페이지 및 철도고객센터에서 관련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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