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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회장, 끊임없는 외풍에도 ‘마이웨이’

황창규 회장, 끊임없는 외풍에도 ‘마이웨이’

기사승인 2018. 02.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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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지난달 2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그룹 신년 결의식’에서 황창규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제공 = KT그룹
황창규 KT회장이 연일 이어지는 퇴진 논란에 휩싸여있다. 그럼에도 황 회장은 차분히 경영 일정을 소화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 회장 퇴진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통신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총괄 사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최고기술경영자를 역임했고 헌법재판소 자문위원까지 지낸 후 KT회장에 선임됐다. 경력 자체는 훌륭하지만 통신업계 경험은 없었던 셈이다.

이런 이력으로 인해 황 회장이 2014년 KT의 13대 회장으로 선임될 때에는 적합성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황 회장은 경쟁사인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이나 LG유플러스의 권영수 부회장처럼 그룹사 내부에서 승진한 인물이 아니다. 그런 만큼 사내에 인맥도 없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 회장은 첫 재임기간 동안 뛰어난 실적으로 적합성 논란을 잠재웠다. 황 회장 취임 이후 KT는 2015년 영업이익 1조2929억원으로 1조원 돌파에 성공한 후 2016년에는 1조4399억원, 2017년에는 1조3757억원을 기록하며 순항해왔다.

황 회장의 두 번째 위기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 찾아왔다. KT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18억원을 이사회 의결 없이 출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검찰의 무혐의 판단이 나왔고 황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며 퇴진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세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KT임원들이 ‘상품권 깡’을 통해 조성한 자금을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지난달 31일에는 경찰이 집무실을 압수수색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압수수색 이후 KT 제2노조(KT 새노조)는 “황 회장 스스로 사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성명서를 냈으며, 지난 2일엔 시민단체인 약탈경제반대행동과 함께 황 회장 및 KT 임원들을 업무상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KT의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는 움직임도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KT 안팎에서는 이미 정보통신부 장·차관 출신 3명,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 근무 경력자 출신 2명, KT 고위임원 출신 6~7명이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져있다. KT와 무관한 정치권 인사부터 전직관료까지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 회장은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퇴진은 없다’며 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오는 26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 준비에 집중하며 예정된 경영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황 회장의 이런 의연함은 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다. 황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제2노조는 조합원수가 30여명에 불과하다. 반면 KT 전체 임직원 2만3000여명 중 1만8000명이 가입된 제1노조(KT노동조합)는 지난해 주주총회 때 황 회장 연임에 찬성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KT가 과거 공기업이었다는 이유로 더이상 정치권의 ‘전리품’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파수는 국가 자산이라는 낡은 사고방식 탓에 KT의 인사에는 정치권의 개입이 끊이지 않았다”며 “기업활동은 정치가 아닌 시장에서 성과로 판단받아야 할 사안이며, 부적절한 기업흔들기는 또다른 적폐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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