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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눈 가리고 아웅? 최저임금 누락한 기재부

[취재뒷담화] 눈 가리고 아웅? 최저임금 누락한 기재부

기사승인 2019. 05. 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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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안종호 기자
기획재정부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감소시켰다는 원문 내용을 제외시켰습니다. ‘확장 재정을 해야 한다’ 등 정부에 유리한 표현만 보도자료에 넣어 기재부 입맛대로 원문을 해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기재부는 전날인 21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 OECD가 한국경제를 ‘글로벌 교역 둔화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고용위축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작성했습니다.

OECD 경제전망 보고서 원문을 살펴보면 제조부문 구조조정, 일부 산업의 해외수요 약세와 고용위축의 이유로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double-digit) 증가가 언급돼 있습니다. 기재부의 자료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빠졌습니다.

OECD는 한국 경제전망 첫 문단에 “경제성장률은 내수와 교역 약세로 2019~2020년에 2.5%로 완만해질 것”이라면서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과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창출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내수와 해외 수요가 완만해진다’는 소제목에서는 “2018~2019년 동안 29%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증가를 막았다”면서 “특히 저숙련 노동자가 그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OECD의 확장적 재정정책 권고에 대해서는 기재부가 두 문단으로 언급했습니다. 확장적 재정은 정부의 추진 방향과 부합한다면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경제활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서술했습니다.

미심쩍은 부분은 또 있습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로 한 것은 17시인데, 평소보다 약 10분 정도 배포가 늦었습니다. 기재부는 통상적으로 홍남기 장관이 현장 방문을 한다든지, 국제기구의 회의가 늦어진다든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배포 시간을 잘 지키기로 유명하죠.

이 자료는 기재부 경제정책국에 있는 경제분석과에서 배포했습니다. 담당자는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올해 경제전망에도 언급이 됐다”면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려다 보니 최저임금 부분은 빠졌다”고 해명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이 과에서 매월 배포하는 ‘최근 경제동향’에서는 표현에 큰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이죠. 한 예시로 경제 불확실성 요인으로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표현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 연속 나와 있습니다.

정부한테 불리하지 않은 내용만 변화 없이 계속 표현하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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