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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탄핵심판, 이렇게 졸속으로 해도 되나

[사설] 대통령 탄핵심판, 이렇게 졸속으로 해도 되나

기사승인 2017. 02. 2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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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의 날카로운 변론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변론 속에서 자유·평등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엄격한 절차와 충분한 증거에 입각한 심판 없이 끌어내릴 때 영국의 사례를 들며 내전(內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마치 그가 법치주의를 버리고 광장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처럼 곡해하고 있다. 그 반대다. 그는 헌재가 법치주의에 입각해서 국회에 대항해서 해야 할 일을 하라고 항의한 것이다.
 

일반인의 재판에서도 변호인이 절차상의 문제 등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하물며 10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지지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탄핵심판의 변호에서라면 더욱 엄격하게 절차적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 사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과정에서 절차적 잘못은 없는지, 또 헌법 해석상의 잘못은 없는지 엄격하게 따져서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게 그 임무의 하나다. 단순히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했다고 해서 이것들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다면 헌재는 그 존재 의의를 상실한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소추하려면 검찰 중간수사결과에서 가져온 헌법과 법률위반 사항 13개에 대해 하나씩 심의해서 하나씩 의결하고 의결한 것들을 모아야 하는데 국회는 이를 일괄처리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가결이 쉬워졌고 13개 전부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은 양 오해를 받는다. 또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탄핵을 받는지 불분명해진다. 이렇게 탄핵소추를 의결하는 나라는 없다. 제대로 했으면 탄핵사유에 세월호 사건도 포함되지 않았고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도 포함되지 않은 뇌물죄도 포함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선(先)탄핵 후(後)특검'도 심각한 절차상의 하자다. 탄핵 소추를 결의한 12월 9일 이전에 특검법이 통과되었고 12월 20일 특검이 활동을 시작했다. 특검의 수사가 끝난 다음 탄핵소추를 의결했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덜컥 탄핵소추부터 했다. 이런 심각한 절차상의 하자도 재판에서 다툴 대상이지만 헌재는 국회의 결정에 맞서지 않기 위해 이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 편을 든 셈이다. 변호인 측이 이런 결정을 한 강일원 주심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지만 헌재가 스스로 이를 기각해버렸다.
 

이런 중대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3월 13일을 탄핵심판의 시한으로 삼아 문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그 결과 후세의 거울이 되어야 할 역사적 사건이 졸속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이라도 헌재 재판관들을 9인으로 정상화해서 흠결 없는 탄핵재판의 훌륭한 선례를 만들어 줄 것을 호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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