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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직 대통령 고소·고발·조사, 신중히 하는 선례 남겨야

[사설] 전직 대통령 고소·고발·조사, 신중히 하는 선례 남겨야

기사승인 2017. 09. 2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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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 박원순 제압 문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 속에 피해자들이 이 전 대통령을 잇달아 고소·고발하고 있어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법 절차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자칫 정치 보복이라는 말이 나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재처럼 정치권이 대치한 상황에서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이 자신을 종북 인물로 규정하고 대응문건까지 만들었다며 이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배우 문성근 씨는 블랙리스트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소송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미화 씨도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은 반발했다.
 

검찰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당분간 피해 인사들을 추가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이슈들도 고소 고발이 들어오면 조사를 해야 할 처지다. 앞으로 문화예술인 등 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받을 텐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한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못해 해야 할 상황이 온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조사의 끝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조사에서 '문제없음'이 밝혀질 수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 땅의 거의 모든 전직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처벌되는 상황이 온다.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일상화되는 암담한 현실을 보게 된다는 얘기다. 국민들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처벌에 놀라지도 않는 참담한 형국이 되었다.
 

대통령의 행위는 행정행위도 있지만 통치행위도 있다. 통치행위를 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조사도 신중해야 하고, 죄를 예단해도 안 된다. 전직 대통령 조사가 선례가 되면 후임 대통령들도 같은 입장에 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내란죄 같은 큰 범죄가 아니라면 전직 대통령이 한 일은 통치행위로 보는 원칙이 세워지고, 전직 현직 후임 대통령 모두에게 이 원칙이 적용된다면 한국 정치는 한 단계 성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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