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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녀의 국제사회 소통능력을 키우려는 부모 열망 헤아려야

[사설] 자녀의 국제사회 소통능력을 키우려는 부모 열망 헤아려야

기사승인 2018. 01.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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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7일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를 발표했지만 학부모들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자 한 달이 못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16일 이를 공식화하고 내년 초까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교육부가 학부모의 열망을 잘 헤아려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식민지에서 독립해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하기까지 이런 높은 교육열에 따른 인적자본의 형성이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보는 국내외 학자들도 많다.
 

최근에는 자녀에게 유창한 영어소통능력을 키워줘서 주로 영어로 된 인터넷 정보망의 세계에서 자녀들이 뒤처지지 않게 해주려는 우리나라 학부모의 열망은 어느 나라 학부모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영어를 단순히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라기보다는 오히려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을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 보는 변화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문화적 자긍심이 높은 프랑스에서도 뚜렷이 관찰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접근에서의 격차를 의미하는 '디지털 디바이드'가 각종 기회의 현격한 차이를 가져오듯이 영어소통 능력에서의 격차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학부모들은, 특히 저소득층 학부모일수록, 자녀가 이런 격차로 혹시 불리해지지 않을지 걱정한다.
 

교육부가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기로 한 것은 올 3월부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이와 일관성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이런 금지 조치는 학부모들의 이러한 걱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교육부는 이런 실책을 인정하고 과도한 유치원 방과후 수업운영과 고액 유아영어학원에 대해 철저하게 단속해서 '조기 영어교육의 폐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수요가 엄존하는데 단순히 법령과 단속으로 '금지'하면 소위 '풍선효과'가 발생해서 소기의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문제만 키울 수 있다. 자녀들에게 영어능력격차로 인한 애로를 해소해주려는 학부모들의 강렬한 열망을 인정해야 한다. 조기 영어교육에 폐해가 있다면 당연히 교육부가 이를 제거하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학부모의 열망처럼 우리의 자녀들이 충분한 영어소통능력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맘껏 펼칠 수 있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년 초 교육부가 참신한 방안을 발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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