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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민이 반대하는 ‘보’ 개방·철거 이유가 뭔가

[사설] 주민이 반대하는 ‘보’ 개방·철거 이유가 뭔가

기사승인 2019. 02.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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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공주보(洑) 인근 383개 마을 주민들이 최근 공주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주보 철거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금강·영산강에 설치된 5개보 처리방안의 하나로 공주보 철거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돌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공주보는 정부가 2017년 수문개방 후 인근 농민들이 농사를 망쳤다고 줄곧 호소해오던 곳이다. 보 개방 전 4~5년간 가뭄 때는 금강 물을 끌어다 농·축산용수로 사용하던 곳인데 보를 개방하면 물이 부족해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보를 철거하겠다니 농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공주보는 지난해 보 개방 이후 물이 마르는 건천화(乾川化)가 진행됐고 그 아래 세종보 수력발전소도 수량이 적어 가동이 중단됐다. 또 하류의 백제보도 수위가 낮아져 인근 농지의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농사를 못 짓게 된 주민들의 항의로 보의 수문을 다시 닫은 적이 있다.

공주보에서 백제보 인근 예당저수지까지 27㎞의 도수로는 예산·당진·홍성지역까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젖줄이다. 그런데 이런 공주보를 철거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으니 농민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세종보도 물 방류로 담수량 50만톤인 세종호수공원의 물이 마르자 다시 2억원의 예산을 들여 돌무더기 임시보를 만드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보의 수문개방으로 인한 혼란은 4대강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낙동강 하류 함안보 인근 농민 46명은 보의 수문개방으로 수막재배농사를 망쳤다며 정부에 10억586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을 했다. 한강 이포보 하류와 영산강 죽산보 하류에서는 물 방류로 모래톱과 암반이 드러나 바닥에 서식하던 조개류·재첩이 썩게 되자 ‘알바’를 동원해 이를 다시 방생하는 작업을 벌이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

누구를 위한 보 개방이고 철거계획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감사원 감사에서도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이 개선된 곳이 44%로 나빠진 곳 14%보다 더 많다는 결과가 나왔었다. 보 개방·철거계획은 즉시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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