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사설] “기업규모 규제” 업계불만, 정부 귀담아 들어야

[사설] “기업규모 규제” 업계불만, 정부 귀담아 들어야

기사승인 2019. 06. 19. 18:2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중국에서는 연매출 수 조원짜리 회사가 한 달에 몇 개씩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옛날 프레임으로 기업규모가 5조원, 10조원이 되면 규제한다. 이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18일 한국경영학회와 사회학회가 공동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창업자는 “현재 미국·중국의 거대 테크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만 수조원씩 쓰며 전세계 인재들을 다 데려간다”며 “이들과 경쟁하려면 기업이 커지고 강해져야 하는데 큰 기업을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어느 기업도 10년 뒤엔 장담할 수 없다”고 계열사에 비상경영을 주문한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정부가 기업규모에 따라 각종 활동을 규제하고 있는 것은 시장독과점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이는 전근대적인 시각이다. 정보통신기술(IT)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세계의 기업이 국경 없이 경쟁하기 때문에 기업규제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한다.

미국 GM의 경우 2016~2017년 연간 영업이익이 연속 40조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GM은 북미공장 7곳을 폐쇄하고 1만5000여명을 감원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2019~2020년 투자재원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베이티 GM사장은 이에 대해 “기술변화가 너무 빨라 투자능력이 기업생존의 핵심요건이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인 스위스도 바이오분야에서 세계 2위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2017년 90억달러(약 10조8000억원), 3위 제약사인 로슈가 113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투입했고 투자확대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처럼 기업규모를 규제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업규모에 따라 활동을 규제한다면 대기업이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투자를 늘릴 수 있겠는가. 정부가 세계의 기술개발 흐름을 똑바로 살펴보고 이 창업자의 쓴소리를 귀담아 듣기 바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