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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205개 CEO 형사처벌 조항, 대폭 정리해야

[사설] 2205개 CEO 형사처벌 조항, 대폭 정리해야

기사승인 2019. 11. 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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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285개 경제관련 법률의 형벌규정을 조사했더니 형사처벌 항목이 무려 2657개나 됐다. 10년 전인 1999년의 1868개보다 52%가 늘어난 것이다. 징역 또는 벌금형은 52%가 늘어났고, 벌금은 평균 3524만 원에서 5230만 원으로 48.4%가 뛰었다. 각종 규제·규정을 완화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주목할 것은 2657개 항목 중 83%인 2205개 항목은 종업원이 잘못하면 법인과 대표이사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행위자와 대표이사를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이다. 예를 들면 지방 지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서울 본사 CEO가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고, 증권사 직원이 몰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도 CEO가 1년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것이다.

CEO를 옥죄는 사례는 많다. 유통업체 직원이 납품업자에게 경쟁업체의 조건을 물으면, CEO가 몰랐더라도 CEO에게 2년 이하의 징역,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주 52시간, 휴가 규정 등을 위반하면 사업주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가 부과되는데 사업주가 팀·부서의 모든 현황을 감시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CEO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기업이사 해임요구권이다. 보건복지부가 13일 개최한 ‘국민연금 경영참여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는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안건을 개선하지 않는 경우 주주권 행사에 나서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 기업경영에 직접 개입할 소지를 남겨 기업은 걱정이 클 것이다.

누구든 잘못이 있다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제관련 법률에 CEO 형사처벌 조항이 2205개나 되고,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개입하게 된다면 CEO가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CEO가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하루를 넘기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대폭 정리해서 CEO가 기업가정신을 마음껏 발휘케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 활기가 넘치고 경제도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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