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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정적자에 길든 나라, 경제개혁도 어렵다!

[칼럼] 재정적자에 길든 나라, 경제개혁도 어렵다!

기사승인 2017. 01. 0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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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이전 아르헨티나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보다 부유한 국가였다. 소설 '엄마 찾아 삼만리'는 가난한 이탈리아의 제노바에 사는 마르코가 부자나라 아르헨티나로 일하러 간 엄마를 찾아 나선 모험이야기다. 그렇지만 지금은 칠레가 남미의 별처럼 취급되고 있다면 아르헨티나는 모든 위기의 어머니 취급을 받고 있다.
 

왜 100년 만에 이렇게 추락했는지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관심사여서 다양한 분석이 이뤄졌고 상당부분은 알려져 있다. 경제학자들은 그 이유로 6차례의 군사 쿠데타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심해지면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았고, 집권을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운 탓에 적자재정이 과도해지고, 재정을 돈을 찍어 해결하고자 했던 탓에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으며, 외채 상환 거절로 거듭된 국가부도에 처해서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르헨티나의 1990년대 초에 실행된 소위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다. 아르헨티나는 당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달러화와 페소화의 1:1 교환을 보장하는 태환법을 제정해서 실행하고, 공기업의 민영화를 비롯해서 사업 및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를 부분적으로 더 많이 개방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1990년대에는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훌륭한 성과를 냈다. 그렇지만 2000년대 초 다시 추락하고 말았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르헨티나는 재정적자를 국채를 발행해서 메우고 이 국채를 중앙은행 등이 인수하게 했으므로 시중에 돈이 풀려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고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외채를 상환하기도 어려워졌다. 만성적 인플레이션이 가져온 부작용으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1975년에서 1990년까지 1인당 소득이 매년 1.4%씩 줄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과감하게 1991년 4월 국내화폐인 페소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써 중앙은행은 정부에 대출을 할 수 없게 되었고, 페소화의 발행도 달러 등 확보한 외환의 정도만큼만 가능했다. 이에 따라 심지어 수천 %에 이르던 인플레이션율은 1995년 3%로 줄었다. 15년간 후퇴하던 경제가 1991년 11%, 1992년 10%, 1994년 8%로 성장했다. 놀라운 변화였다.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도 얻었다. 비록 개혁의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계층들이 있었지만, 무역 기회의 확대, 인플레이션의 제거 등으로 손해를 보상하고도 남는 혜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아르헨티나의 개혁은 반쪽의 개혁이었고 정합성을 가지지 못했다.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릴 수 없게 된 아르헨티나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줄일 개혁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 능력과 의지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 개혁보다는 해외 혹은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차입 해서 필요한 재정 재원을 마련했다. 방만한 재정을 줄이는 고통스런 개혁은 외면한 것이다. 재정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연방정부로부터 주정부로 내려가는 예산을 축소해야 해서 주정부의 협력이 필요했지만, 주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들이 "엄격한 환율정책을 도입한 나라가 방만한 재정정책을 계속하면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여러 번 경고했지만, 방만한 재정구조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의 정치적 공학관계로 인해 고쳐지지 않았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달러화 강세로 금리가 올랐다. 당장 아르헨티나의 정부와 민간이 지고 있던 달러화 표시 외채는 아르헨티나가 감당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이런 기미를 감지한 금융시장의 동요를 막을 심산으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2001년 12월 인출한도를 넘는 은행예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이는 페소화 절하와 채무불이행을 미리 알려준 격이 되어 아르헨티나는 외채위기를 넘길 수 없었다. 실망한 군중들은 폭동으로 대응했다.
 

재정으로 급한 불끄기에만 나서다가 적자재정의 규모를 계속 증가시키게 되면, 필요한 개혁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경제 분야에 많은 개혁을 앞둔 우리가 명심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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