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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른정당, 진짜 보수인가

[칼럼] 바른정당, 진짜 보수인가

기사승인 2017. 01. 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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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누리당의 비박 탈당파들의 가칭 '개혁보수신당'은 당명을 '바른정당'으로 최종 확정했다. 그들이 보수라는 것을 일반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보수라는 단어가 들어간 당명보다는 외연확장에 유리한 당명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들은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자신들이 진짜 보수라고 주장했지만 과연 그런지는 분명하지 않다.
 

소위 안보에서는 정통적인 보수의 입장을 지지하지만 경제 쪽에서는 정통적인 보수에 비해 '좌클릭'을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어쩌면 보수중도정당 정도가 적절한 이름일 수 있다. 아무튼 당명만으로는 그들이 추구할 정책의 정체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보니 인터넷 상에는 이 이름을 두고 '(기름)바른 정당'과 같은 패러디까지 등장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라는 구분은 얼마나 급진적으로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느냐에 따른 분류로서 각 정파가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다. 그래서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가 정명(正名)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가 기존의 체제 속의 점진적 변화를 선호한다면, 남한과 북한에서 보수는 완전히 다른 이념을 추구하는 집단일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지하는 사람의 경우, 세습체제인 북한에서는 진보이지만 남한에서는 보수다.
 

에드먼드 버크로부터 비롯되는 보수는 진화론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제한적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라는 장기간의 실험을 통해 실용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체제를 진화시켜 왔다. '역사'의 실험은 다수의 사람들의 지혜들이 상호작용한 복잡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이를 함부로 뒤엎으려는 진보의 시도는 매우 위험하며 인류의 복지에 반한다고 본다. '프랑스 대혁명' 때 피를 부른 혁명과 반혁명이 반복되는 실패가 이를 증명한다고 본다. 이에 반해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한 영국은 프랑스에 비해 피의 숙청과 같은 악순환 없이 진화적으로 잘 변화할 수 있었다는 게 에드먼드 버크를 비롯한 보수의 생각이다.
 

만약 어떤 체제가 지속가능한지, 번영할 수 있는지, 혹은 인간의 본성에 어울리는지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 우리가 객관적으로 탐구할 수 없고 역사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없다면, 서로 다른 체제와 그런 대안적 체제를 향한 변화의 속도에 대한 선택은 개인들의 다양한 선호와 기질의 차이로 치부될 것이다.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사유재산권을 폐지한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던 20세기의 사회주의 실험은 경험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실패했다. 이제 사유재산권을 폐지하겠다는 강령을 가진 정당은 찾기 어렵다. 영국 노동당은 주요산업의 국영화라는 강령까지도 폐기했다. 국영화가 철밥통들의 세금 먹는 하마인 공기업을 만들 뿐이라는 공감대가 국민들 속에 퍼진 탓이다.
 

사유재산권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와 (법의 지배에 의해 제한받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비록 내적 모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것 중 최선의 체제라는 생각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래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보수가 지켜야할 이념이 되었다. 그래서 이 시대의 보수는 우파다. 물론 결과적 평등을 향한 사회주의 이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제 좌파정당은 사유재산권의 폐지 대신 소득재분배와 보편적 복지제도의 실현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우파들은 소득재분배의 과정에서 자기책임의 원칙이 손상되거나 세금이 과다해져 사유재산권에 대한 제약이 과다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결성된 '바른정당'은 '진짜' 보수를 자처하고 있지만, 다음 몇 가지 점에서 불분명하다. 첫째,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충성심이 새누리당보다 높다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낮은 것 같다. 둘째, 부패가 없는 '깨끗한' 정당을 내세웠지만, 예산과 규제권력이 큰 정부가 부패의 온상이 되기 때문에 이를 작은 정부로 변경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셋째, 개혁의 속도와 관련해서 새누리당에 비해 점진적인 진화적인 방식을 선호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의 탈당은 이념적 차이에서라기보다 박대통령과의 연관성 지우기 차원에서라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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