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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구를 위한 동의의결인가

[칼럼] 누구를 위한 동의의결인가

기사승인 2017. 02.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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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장 최승재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작년 말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형벌적·행정적 제재 외에도 이용자 피해구제방안이란 명분으로 동의의결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동의의결 제도는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사업자가 스스로 이용자 피해구제방안을 제출하면 위원회는 그 방안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조사를 종결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건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초고, 수혜대상은 공룡포털 네이버가 최초다. 사실 동의의결은 2000년대부터 논의가 있어왔으나, 재벌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우리 경제엔 긍정적 효과보단 기업의 면죄부로 악용될 거란 부정적 평가가 많아 도입이 미뤄져 왔었다.

2013년 초 공정위는 골목상권 침해와 부당경쟁 등 네이버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제재조치가 내려질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했던가. 그때 네이버를 살려준 게 바로 공정위의 동의의결 제도 도입 및 첫 적용이었다.

네이버는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 손상을 방지할 수 있었고, 법적 분쟁에 따른 각종 비용과 시간도 절약했다. 위법성이 확정되지 않으므로 손해배상 등 후속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거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국내 인터넷포털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네이버는 작년 광고매출만 3조원을 올려 전국 3000개가 넘는 언론사의 총 광고매출 1조5000억원의 2배를 차지했지만 정작,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겠다며 공정위에 약속한 동의의결 구제안은 3년이란 기한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당장 700만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겠다며 설립한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의 출연금 지급 약속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희망재단 출연이 동의의결 사안이냐 아니냐는 논쟁을 떠나, 적어도 동의의결 결정문에 희망재단 출연을 간접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네이버는 약속한 대로 지난해까지 출연금 지급을 완료했어야 했다.

그 사이 희망재단은 지난 3년 간 애초 설립목적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한 교육사업, 권역별 희망센터 구축, 소상공인실태조사 등 악조건 속에서도 내실 있는 사업들을 수행해 왔다. 네이버의 약속 불이행으로 현재는 재단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소상공인들의 형편은 그동안 더 나빠졌다. 기존 재벌들과 네이버 같은 신흥 대기업들은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들을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다. 골목상권 침해를 넘어 이젠 소위 ‘키워서 잡아먹기’까지 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처음엔 소상공인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거의 무료서비스를 제공해 소상공인들을 끌어모으지만, 나중에 규모가 커지면 막대한 광고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소위 ‘김영란법’의 최대 피해자는 소상공인들이니 이건 뭐 진퇴양난이다.

뭐든지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 특히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도 도입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동의의결 제도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소비자 등 피해당사자가 본 피해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구제해 줄 수 있다는 동의의결의 장점은 공룡포털 네이버의 욕심으로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없게 됐다. 단점으로 거론됐던 힘 쎈 기업 ‘봐주기’와 ‘면죄부’가 될 거란 우려는 네이버가 사실로 입증해 줬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까지 나서 네이버처럼 매년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는 데에 심히 걱정스럽다. 통신사들은 그나마 통신망 구축 및 운영을 위해 매년 막대한 자금 투입을 하지만, 그 통신망 위에 무임승차한 네이버는 온갖 권리와 이익을 다 누리면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는 최소한이니 더 얄밉다.

갈수록 양극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경제를 봉합하고 따뜻한 상생체제로 전환시키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올곧은 신념과 행동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까 하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는 판이다.

대부분의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은 기존 재벌들과 달리 자수성가한 젊은 기업인들로서 사회적 책임을 훌륭히 수행하며 우리 사회와 상생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그 맨 선두에 있어야 할 국민포털 네이버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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