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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필요하다

[칼럼]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7. 02.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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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_남재우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한다. 은퇴 이후 사망까지 50년에 가까운 노후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현 세대는 사망까지의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종신으로 지급되는 연금(pens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연금의 다층체계(multi-pillar system)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 역시 일찍부터 강제 저축 형태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렇게 축적된 퇴직연금 적립금이 이미 150조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퇴직연금의 낮은 운용수익률이다. 2015년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의 5년 평균 수익률은 3.1%에 불과하다. 유사한 연금자산으로써 4.6%의 수익률을 시현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에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는 퇴직연금의 자산 구성이 장기투자라는 연금의 속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퇴직연금의 89%가 단기의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원리금보장이란 은행 예금과 같은 상품 유형을 의미한다. 1년 만기 원리금보장상품의 평균 금리는 2.2%에 불과하다. 이러한 과도한 위험회피 성향은 근로자 스스로 자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전체 확정기여형(DC) 적립금의 77%가 2% 초반의 수익률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운용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근로자의 무관심 또는 낮은 금융 지식에 기인한다.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체 확정급여형(DC) 가입자의 70%가 정상적인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퇴직연금 상품 가입 이후 한 번도 변경 지시를 내리지 않은 근로자가 87%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근시안적이고 비전문가인 개인이 20년 이상의 투자 시계(investment horizon)를 갖는 장기투자 자산을 꾸준하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서구의 연금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퇴직연금 제도에 있어 가입자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는 하나, 개인에 대한 금융 교육을 통하여 운용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치된 결론이다.

다수의 연금 선진국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 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대응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서 디폴트옵션이란 근로자의 특별한 운용 지시가 없을 때 일정 기준에 의해 사전에 설정된 투자 상품으로 자동적으로 운용되게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잘 설계된 디폴트옵션 제도가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단히 효과적임은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연금 선진국에서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디폴트상품의 요건이나 투자 손실에 대한 기업의 면책과 같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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