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탄핵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탄핵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기사승인 2017. 04. 10. 07:5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오창우 교수 "탄핵 광풍, 국가적 이성 마비시켜...전체주의 회귀의 기운"
오창우 교수
오창우 계명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어느 날 갑자기 태블릿PC가 등장하고, 광화문광장에 촛불이 모여들고, 성난 군중들은 선의(善意)를 가장한 채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이미 오래전부터 타락의 길을 걸어왔던 언론들은 이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국회는 얼렁뚱땅 탄핵을 소추하고, 헌법재판소는 사안의 중대성과 헌법적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도 없이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월권적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돌아갔고, 오래된 사저의 케케묵은 냄새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그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젊은 판사가 발급한 구속영장으로 인해 구치소 안에 갇혔다.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려본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선거란 무엇인가? 국민투표라는 엄중한 제도를 통하여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선출된 현직 대통령을 그저 싫다는 이유로 임기 중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정당한가? 법률적으로 그 어떤 죄도 입증된 바가 없고, 내란·외환의 죄가 아닌 경우엔 임기 중 그 어떤 형사소추도 받지 않는다는 헌법상의 규정을 제멋대로 해석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감옥에 보내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있을까? 또 대통령 탄핵을 갈망했다던 그 ‘대부분’의 국민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탄핵을 축하하고 환호성을 질렀다는 그 ‘전(全) 국민’의 ‘전(모든)’을 어떻게 확인하고 측정했단 말인가?

누가 이 폭력적인 반민주성을 민주주의를 향한 촛불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했는가? 실제로 누가, 무엇을 위하여 촛불을 들었는가? 일부는 한국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를 보고 ‘나라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피 끓는 심정으로 광장을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일부는 광장의 군중을 선동하고 폭력성을 부채질하여 대한민국을 갈 데 없는 곳까지 몰아가려는 세력에 의해 광장으로 내몰렸다.

대한민국이 왜 이리 속전속결로 미증유의 혼란 속으로 빠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개인의 이성이 통합적으로 발현되었다기보다는 어두운 세력의 검은 기획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두운 세력들은 언제나 순박한 군중의 알량한 도덕심과 양심에 기대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이 혼란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드러나지 않는 위험한 세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과 누가 그 세력인지에 대한 인식이 보다 뚜렷해졌다. 또 현대사의 굽이굽이에 나타난 굵직한 사건의 풀리지 않은 의혹과 앞선 정권들의 비리와 부정에 대한 공명정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 국민을 갈등 속에 몰아놓은 탄핵 광풍은 국가적 이성을 마비시켰다. 휴전선 근방에서의 위기감은 이미 체화된 나머지 무감각한 상태가 되어 버린 지 오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어귀에서, 아니면 지하철 승강장 한 복도 끝에서 무장한 북의 세력이 우리의 방심과 몰인식을 뚫고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요새 세상에 뭔 그런 일이’ 하면서 무시해버리곤 한다.

5·9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세력 사이의 반목과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지만 그 어떤 세력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발전, 그리고 국가안보에 대한 안심(安心)을 주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구시대적이다 못해 전체주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지금의 대한민국, 위험과 위기의 기운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