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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린힐링’, 다산 정약용의 삶에서 배우다

[칼럼] ‘그린힐링’, 다산 정약용의 삶에서 배우다

기사승인 2017. 0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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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황정환 원장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황정환
220여 년 전 왕의 두터운 신임 속에 중요한 일을 도맡아 하던 일벌레 공무원이 있었다.

그는 왕의 지시에 따라 오늘날 신도시에 해당하는 고을의 나무 수를 1200만9772그루라고 정확히 세어 보고하고, 새로운 성을 짓는데 공사비를 4만냥이나 절약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고안하는 등 분주한 업무로 스트레스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에게는 업무 피로를 풀 수 있는 비법이 있었는데, 바로 많은 꽃들과 식물로 둘러싸인 업무공간이다.

그의 명동 집에는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을 기르고자(養心神) 했던 15그루의 꽃나무와 20개의 화분으로 가득한 작은 정원이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다산 정약용이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기존의 획일화되고 폐쇄적인 사무실 공간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수평적인 사무 환경을 갖춘 ‘스마트오피스’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흔히 유연 좌석제나 클라우드 컴퓨팅, 원격근무센터로 대표되는 사무환경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일부 스마트 오피스 조성안을 보면 마치 미래 우주정거장의 내부 모습처럼 단색의 단조로운 질감을 가진 차가운 소재로만 구성돼 있다. 깔끔해 보이기는 하지만 왠지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을 준다.

‘미래의 업무 효율은 사람이 답이다’라는 인문학적 접근으로 볼 때도 깔끔하게만 보이는 공간은 자칫 심리적으로 불안한 공간이 되기 쉽다.

더욱이 무언가가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마도 그것은 지난 세월 동안 녹색이라는 색을 통해 심리적 편안함을 인간의 DNA에 각인시켜 준 식물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녹색치유(green healing)’라는 말이 있다. 녹색을 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편안함을 느끼는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간의 생활공간을 쾌적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근무자가 업무공간을 자칫 스트레스가 쌓이는 공간으로만 인식한다면 업무의 질을 높이기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 녹색치유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그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사무실에 2%의 식물을 조성하자는 ‘그린힐링 오피스’를 제안하고 있다.

핵심내용은 사무실이나 학교 등 실내공간에 부피대비 2%의 식물을 놓으면 포름알데히드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크게 감소시켜 공기정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업무효율 증대로 이어질 수 있고, 학습공간에선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요즘 사무실에 정수기가 필수품인 것처럼 식물도 필수적인 지출 항목이 될 것이다. 식물의 다양한 기능과 모양·색으로 꾸며진 창의적인 업무공간을 위해 이제는 스마트 오피스에 정약용의 스트레스 해소 비법이었던 ‘그린힐링’을 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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