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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주의 완두콩 VS 잭의 완두콩

[칼럼] 공주의 완두콩 VS 잭의 완두콩

기사승인 2017. 04.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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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_원종건(Won, Jong Kun)
2016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이자 이베이코리아 CSR담당 원종건 매니저
‘공주와 완두콩’ 동화에서 공주는 완두콩 하나가 깔려 있는 잠자리에 불편함을 느낀다. 공주에게 있어 완두콩이라는 존재는 ‘불편함’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완두콩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가 시청각장애인이었던 내 삶 속에서 완두콩은 ‘벙어리’란 단어와 ‘수혜자’ 타이틀이었다. 어머니는 2005년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막이식을 받았지만 청각장애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자로서 나라의 도움을 받으며 자라왔기에 ‘수혜자’ 타이틀도 얼마 전까지 나를 항상 따라 다녔다. 불편한 완두콩을 가지고 살아가다 최근 ‘엄지장갑’ 캠페인을 시작했다. 평소에 사람들이 엄지손가락만 따로 가르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함께 끼는 장갑을 벙어리장갑으로 부르는 걸 불편하게 여겼다.

사람들은 ‘엄지장갑’ 캠페인에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1000명이 넘는 사람이 후원자로 나섰고, 후원금으로 2500만원이 모였다. 농인을 부모로 둔 청인 자녀들인 코다(Children Of Deaf Adult)들은 말했다. “부모님 앞에서 평생 입으로 담을 수 없었던 단어를 바꿔줘서 고맙다”고. 나의 두 가지 완두콩은 그렇게 제거됐다. 오랜 시간 무의식으로 자리잡은 벙어리장갑이란 단어는 엄지장갑으로 바뀌고 있고, 도움을 받던 수혜자 입장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됐다.

엄지장갑 캠페인은 물질로 돕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사회에 긍정적이고 임팩트 있는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기업의 소셜임팩트 담당자가 된 지금, 기업도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수혜자의 삶과, 사회 전반에 임팩트를 주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아프고 불쌍한 사람을 수혜자로 보고 일방향으로 돕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물질적인 지원은 정부·비정부기구(NGO)·종교시설에서도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업의 역량을 기반으로 한 소셜임팩트 활동이 활발하다. 구글은 직원들을 선발해 비영리단체를 위한 프로보노로 활동시키고 있다. 업무시간의 20%를 구글서비스 교육 및 사용 지원에 쓰도록 한다. 공유경제 붐을 일으킨 에어비앤비도 비영리단체들에게 자원봉사 활동이나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일반 사업자와 달리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페이스북은 재난재해 발생 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 헬프’ 기능을 추가했는데 경보알림·구호물자 공급을 붐업하는 역할을 해 호평을 받고 있다. 비영리단체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면 ‘기부하기’ 버튼을 신설해 즉시 기부금이 전달되는 기술도 테스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셜임팩트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척수장애인을 위해 이베이 판매자 교육센터에 휠체어 발판을 마련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통역사를 1대 1로 비치해 교육을 진행한다. 이동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도 비대면거래인 온라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모두 초기 단계이지만, 오픈마켓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 내가 어린 시절 각막이식수술을 받고 빛을 보신 어머님이 건넨 첫 마디다. 흔하디흔한 말이지만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일이기에 늘 ‘어떻게 해야 좋은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불편함의 상징이었던 완두콩이 ‘잭과 콩나무’에서 하늘로 향해 쑥쑥 자란 완두콩처럼 꿈이 기적으로 바뀌는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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