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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은 진영과 캠프를 배신하라

[칼럼] 대통령은 진영과 캠프를 배신하라

기사승인 2017. 05.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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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변호사 사진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고문
제19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지난겨울 내내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과 태극기의 시위를 거쳐 대통령 탄핵, 치열한 선거전을 지나 이제는 온 나라가 안정을 되찾아 국민통합을 향해 달려가야 할 때다. 안정과 통합은 신임 대통령의 최우선적 과제다. 선거의 승리가 비록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의 정략에 힘입은 바 컸다 하더라도 선거 후의 정치는 화합과 일치를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전의 정권들은 선거 전에는 대탕평을 공약했다가 선거 후에는 배타적 패거리 정치로 흐르면서 모두 불행한 결과로 끝났다. 신임 대통령은 그 실패의 길을 되밟지 말기 바란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쓴 막스 베버는 국가권력이 폭력의 마성(魔性)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 통치자가 지녀야할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력을 들었다. 여기의 열정은 감성적 에너지가 아니라 이성에 의해 절제되는 신념윤리의 열망이다. 감성적 자극에 쉽게 휘둘리는 대중의 인기에 집착하면 고상한 열정도 폭력적 정권욕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대통령의 열정은 포퓰리즘의 유혹이나 분노와 증오의 적개심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이성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신념윤리의 바탕이다.

‘The buck stops here.’(책임은 여기서 멈춘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 위의 명패에 새겨두었던 좌우명이다. 정부의 모든 결정에 자신이 최종적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각료와 참모들의 충성을 이끌어낸 트루먼의 지도력은 투철한 책임의식에서 나왔다. 반면에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수교로 냉전 종식에 기여한 외교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부정직하고 무책임한 언행으로 인해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의 진상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닉슨은 줄곧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으며 어떠한 책임도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대신에 그는 수석보좌관과 국내담당보좌관을 해임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 의회가 탄핵을 가결하자 결국 사임한 닉슨은 그 뒤에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책임윤리의 결핍이 그를 파멸시킨 것이다.

균형적 판단력은 사람과 사물에 대하여 적정한 거리를 두고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신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균형감은 좌우의 양 진영에 대하여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어느 한 진영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취임 후에는 그 진영의 도그마에 얽매이지 않고 이념의 양극단을 벗어나 변증법적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의 균형을 이루는 리더십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국가의 모든 현안이 언제나 좌우의 진영싸움으로 환원되곤 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라는 선악2분법의 진영논리가 여야 정치인들의 뇌리에 유전자처럼 고착되어 버린 듯하다. 예컨대, 세월호의 비극은 황금노선을 20년간 독점해온 악덕기업의 부도덕성, 오래도록 그 기업의 은밀한 후원자가 되어온 관련 공직자들의 누적된 부패, 긴급한 재난상황에서 갈팡질팡하며 구조의 기회를 놓쳐버린 대통령 이하 위기대응체계의 무능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구조적 부조리를 파헤쳐 시정하려는 노력 없이 한 쪽은 미봉책으로, 다른 한 쪽은 정치투쟁으로 일관했다. 그 적대적 분열상은 광우병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 제주해군기지 등을 둘러싼 좌우의 이념전쟁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전선의 투사들은 언제나 그 얼굴이었다.

대통령이 자신을 떠받치고 있는 진영으로부터 탈출하지 않는 한 이 싸움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신임 대통령은 특정 진영의 지지를 넘어 온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변신의 첫걸음은 증오의 도그마를 가르치는 이념의 멘토들, 폴리페서를 비롯한 선거캠프의 유공자들, 문고리가 될 수 있는 최측근들을 국정운영 라인에서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그것을 정치적 배신이라고 불러도 좋다. 진영과 선거캠프에 대한 배신이야말로 국민통합과 신뢰의 정치로 가는 출발점이다. 신임 대통령과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대한민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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