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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정부 건설정책, 정확한 현실 진단에서 출발해야

[칼럼] 새정부 건설정책, 정확한 현실 진단에서 출발해야

기사승인 2017. 05. 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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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원장
이 상 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적폐 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선 때는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투쟁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부터는 국가 운영을 위한 정책 수립과 실행에 주력해야 한다.

정치투쟁을 할 때는 정치철학이나 방향성이 중요하다. 상대와 차별화가 필요하고, 선명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득표전략상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기영합적 공약 남발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정책은 다르다. 실현가능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다수의 이해관계 집단이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면 정치적 수용 가능성이 떨어진다. 대선 때 제시했던 수많은 공약도 전문성에 기반한 실무적 정책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경제정책이나 산업정책을 수립할 때는 현재 시장상황에 대한 진단이나 미래 전망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실 진단부터 제각각 다르다. 흔히 경기전망을 하는 경제전문가와 일기예보를 하는 기상전문가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일기예보나 경기전망은 둘다 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상전문가는 현재의 날씨는 알고 일기예보를 하는데, 경제전문가는 현재의 시장상황도 모르고 전망한다.” 이같은 경제전문가들의 시장상황에 대한 인식 오류는 ‘확증 편향’ 같은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확증 편향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자 하는 인간의 인지적 경향성을 말한다. 대선과 같은 정치투쟁 기간에는 확증 편향이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에서 조만간 확정할 새정부 정책들은 현실 진단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을 치르다보니 공약이나 정책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 공약은 속성상 정확한 현실 진단보다 정치적·이념적 토대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경제나 건설·부동산시장의 현실에 대한 인식은 제각각 다르다.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일자리·기업·부동산 정책도 무조건 실행안부터 제시할 일이 아니다. 정확한 현실진단을 토대로 대책이나 정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재정비해야 한다.

건설정책도 정치적·이념적 편향성 탈피가 중요하다. 인프라투자를 이명박정부의 4대강사업과 동일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인프라투자는 문재인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와도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 예컨대 교통인프라 확충을 통해 수도권 시민의 통근시간을 줄여주는 것도 사람 중심 경제정책의 일환이다.

건설인력이나 업종·업역 및 하도급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산업의 실상에 비춰 적합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에서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재정의도 필요하다. ‘종합건설업체=대기업=원도급자=규제대상자, 전문건설업체=중소기업=하도급자=보호대상자’라는 식의 제도적 전제는 종합건설업체 수의 급증과 전문건설업체의 성장, 종합과 전문건설업 간 겸업허용 등으로 건설시장 현실과 어긋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괴리된 인식이나 제도적 전제를 기반으로 불합리한 규제가 양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프라와 건설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일자리창출과 성장을 위해 건설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건설산업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는 조각 이후 발표할 건설정책으로 알게 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고, 200여만명이 종사하고 있는 거대산업의 실상부터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건설산업의 적폐를 청산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건설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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