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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면초가에 빠진 자동차산업

[칼럼] 사면초가에 빠진 자동차산업

기사승인 2017. 06.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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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박사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금융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승승장구하던 국내 자동차산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소형 모델을 중심으로 신흥국시장에 조기 진출해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원가를 절감해 가성비가 높은 중소형 모델을 출시하고, 저유가를 지렛대 삼아 대형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 모델로 차별화하는 한편 고급·고성능 모델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 결과 세계 양대 자동차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선두업체를 쫓지 못하고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됐으며, 내수시장에서도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우리 완성차업계의 국내외 생산능력은 1000만대를 넘어섰으나 올해 세계시장 판매는 860만대 정도로, 150만대 이상의 과잉생산능력이 발생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에서 대규모 과잉생산능력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브라질·러시아·멕시코 공장의 가동률도 낮아 수익률과 시장점유율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그 동안 생산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동화 투자를 확대해 왔으나 인력 조정이 어려워 생산성이 낮고 단위노동비용이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노조가 또 다시 두자릿 수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가격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한 디젤게이트와 미세먼지 문제로 환경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자동차와 연관산업 기업의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전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의 환경과 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디젤자동차가 지탄의 대상이 되자 전기동력자동차의 보급 촉진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친환경 자동차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정이어서 추가적인 당근과 채찍 정책이 예상된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업계는 소비자들의 외면, 경쟁사들의 파상공세,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정부의 규제강화 가능성으로 인해 금융위기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미 중소 부품업체들이 위기로 내몰리면서 감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형업체들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생산비용이 재상승할 경우 자동차업체들이 해외생산에 치중하면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국내 비용상승은 선진국 자동차업체들의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비중을 하락시키고 투자입지로서의 선호도도 떨어뜨릴 것이다. 이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자동차산업과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성장기반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산업 이해관계자들은 우리 자동차산업이 지난 15년간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심화로 인해 자동차생산이 155만대나 감소한 프랑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고도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확대와 관련 인력 양성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은 친환경 자동차 고용만 26만 명, 자율주행자동차 엔지니어만해도 지난 5년간 4만 5000명으로 증가했으며, 독일의 자동차산업 엔지니어도 10만 명을 넘어섰으나 우리나라는 전기차 정비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경쟁국에 비해 적은 것도 문제지만 개방형 혁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도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 성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산업 육성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사업분야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으며, 상대적인 고임금 고용창출을 통한 중산층 확대와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그 어느 산업보다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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