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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블루골드 시대, 통합물관리로 준비해야

[칼럼] 블루골드 시대, 통합물관리로 준비해야

기사승인 2017. 08.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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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희 원장님 증명사진 (범용)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물의 세계사’의 저자인 스티븐 솔로몬은 “역사의 모든 전환점에 물이 있었다”고 말한다. 로마제국이 ‘팍스 로마나’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안정된 물관리 인프라 덕분이었다. 또한 19세기 말 영국은 비위생적인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깨끗한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공공위생 혁명을 추진했고, 이후 유례없는 인구 증가를 경험하게 됐다. 역사는 우리에게 물이 문명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석유의 시대(Black Gold)를 지나 물의 시대(Blue Gold)로 접어든 오늘날 물은 고부가가치 황금알로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세계 물시장은 반도체 시장의 2배인 7139억달러 규모며, 2020년까지 8341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국내 물시장의 매출액은 2013년 34조7700억원에서 2015년 31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수출액 역시 2013년 1조9800억원에서 2015년 1조2700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우리나라 물산업이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물기업의 영세성, 기술력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특히 일원화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관리는 크게 국토부가 수량, 환경부가 수질을 담당하는 구조로 이원화돼 있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물관리 정책 수립이 어렵다. 또한 중복 투자 등 업무 비효율성도 발생한다. 지속가능한 물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량 확보와 수질 관리를 포괄하는 토털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원화된 물관리 체계로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선진국은 이미 통합물관리를 통한 물산업 육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물 수입 국가인 싱가포르는 오히려 물관리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2006년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한 이후 종합적인 물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물산업 허브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네덜란드는 국토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수자원 개발, 생태 관리 등 물 관련 분야를 통합한 기술을 앞세워 세계 물산업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통합물관리는 국가 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물산업 육성 종합 계획을 수립해 일관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기술 개발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해야 할 물관리 담당부처가 통합되니 업무 편의성이 높아지는 이점도 있다. 특히 글로벌 환경시장이 정부 주도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관리 담당 부처가 일원화되면 마스터플랜 단계부터 하천정비와 생태복원을 아우르는 통합형 비즈니스 발굴이 용이해진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해외진출이 확대되고 그만큼 일자리도 창출된다. 다른 산업과 달리 물산업은 전후방 연관산업이 광범위해 고용 유발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환경부로의 물관리일원화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면서 통합물관리 진행은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 물관리 패러다임은 양적 수요를 중시한 개발시대에서 물순환 건전성 회복을 추구하는 관리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환경부가 수량·수질을 통합해 관리하는 것은 인간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물관리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23개 국가에서 수자원 확보, 수질 관리 등 주요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처가 담당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중국 속담에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이 있다. 블루골드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산업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통합물관리가 그 첫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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