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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도의 경쟁력’ 관점에서 본 국채발행과 부자증세

[칼럼] ‘제도의 경쟁력’ 관점에서 본 국채발행과 부자증세

기사승인 2017. 08. 0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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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도학파를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은 받은 더글러스 노스(Douglas North)는 우리에게 '제도의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선물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연구하면서 투입요소로 자본, 자원, 노동이 얼마인지 그리고 기술(생산성) 수준이 어떤지를 계량해서 그 나라의 총생산함수를 추정하고자 애쓰고 있을 때 그는 왜 어떤 나라는 번영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은지 고심했다. 그의 '공식적, 비공식적 제도'의 차이다.
  

그가 제시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는 특허권 제도다. 야간에 북반구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은 북극성을 이용해서 배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지만 야간에 남반구를 항해하는 배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매우 정확한 시계가 있으면 남반구를 항해하는 배들도 그 위치를 추정할 수 있고 항해의 위험도 줄일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시계가 없다는 데 있었다. 스페인 왕이 그런 시계를 만들어오면 상금을 주겠다면서 상금액을 높여나가자 마침내 그런 시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노스에 따르면 새로운 발명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으면 그런 총명한 왕이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발명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나라는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특허권도 일종의 재산권이라고 보면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잘 이루어질수록 그 나라는 더 번영한다고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이런 결론은 '법의 지배'가 더 작은 비용으로 잘 지켜질수록 경제가 번영한다는 각종 실증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런 '제도 경쟁'의 관점은 여러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데, 최근 세금 관련 논의도 "어떤 재원조달 제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저명한 경제학자 미제스는 국채발행과 세금 가운데 세금이 더 나은 정부의 재원조달 방법이라고 보았다. 그 이유는 국채는 누군가의 세금으로 갚아야 하지만 국채를 보유한 민간은 그것을 자산으로 여기는 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자신이 (혹은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재정이 풍부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금으로 정부재정을 충당할수록 정부의 각종 복지프로그램이 결국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반면에 정부재정을 국채에 더 의존할수록 그런 인식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민간이 나중에 낼 세금을 고려하지 않은 채 능력에 비해 과도한 소비를 하게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그는 정부의 재원조달을 주로 세금으로 하는 제도가 국채발행을 통해 할 수 있는 제도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았다.
 

국채발행이 어렵고 세금으로 대부분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면 정치권이 파괴적인 포퓰리즘 공약 경쟁을 하기는 어려워진다. 특정 집단의 표를 얻기 위해 그들에게 정부의 혜택을 약속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재원을 세금을 늘려서 마련해야 하고 이는 표를 잃게 할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런 공약을 내걸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미제스의 추론은 세금을 일부에서만 주로 부담하고 다른 사람들은 부담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세금을 거의 부담하지 않는 다수의 계층들에 대해 각종 정부의 지원을 약속하고 그 부담을 소위 '부자증세'로 극소수 계층에게 떠넘길 수 있다면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국채발행과 '부자증세' 가운데 어느 쪽이 경쟁력이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국채발행이 덜 나쁜 것일 수 있다.
 

아무튼 다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치권의 파괴적인 포퓰리즘 정책 경쟁을 제어한다는 관점에서 비록 가난해서 낸 세금보다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국민 각자가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는 보편적 조세가 실천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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