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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선공(文選工)을 아시나요?

[칼럼] 문선공(文選工)을 아시나요?

기사승인 2017. 08. 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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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보험공사 김영천 전북지사장_기고용 사진
김영천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북지사장
얼마 전 모 TV프로그램에서 신문사 ‘문선공(文選工)’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다. 기자들이 손으로 쓴 원고를 인쇄용 활판으로 만들기 위해 한 글자씩 활자를 골라 뽑던 사람들을 ‘문선공’이라 했는데, 이들은 컴퓨터가 발달하기 전인 1990년대 말까지도 신문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수십 년간 몸에 밴 숙련도로 1분에 최대 40개의 활자를 찾아냈다고 하니 가히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컴퓨터를 이용한 인쇄가 보편화되면서 ‘문선공’은 일거리를 잃어갔고 이제는 과거에만 흔적이 남아있는 직업이 됐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기술(IT)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미리 대처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졌다 해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이다. 오래전 ‘문선공’처럼 말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전북지역은 과거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전통적인 제조업으로 큰 호황을 누린 곳이었으나, 이제는 수요 감소로 문을 닫는 기업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반면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온 기업들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매출액이 늘며 오히려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변화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기업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세계 1위의 자동차부품기업인 독일의 보쉬(Bosch)는 당장의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2008년 진출한 태양광사업은 예상치 못한 공급과잉과 글로벌 금융위기에 부딪혀 기업에 큰 실패를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보쉬는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했고, 결국 새로운 분야였던 반도체에서 수익원 개척에 성공했다. 보쉬가 세계 1위의 점유율을 보유하는 MEMS 센서는 자동차, 사물인터넷, 일반 스마트기기에서 물체의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인지하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부품이다. MEMS 센서는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 전세계 상위 10개사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무역보험공사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5개년 중장기경영계획’을 수립해 우리나라 신산업 수출기업들의 수출증대와 해외진출을 위한 중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 평가 시 재무제표상의 신용도보다는 해당 산업의 성장가능성,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현황 및 기술력 등을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신산업 수출기업의 안정적인 초기자금 조달을 위해 직접투자 방안을 도입하고, 스마트 프로젝트, 신산업분야 인수합병(M&A)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신산업분야 전담부서도 신설해 기업의 니즈에 부응할 조직도 갖추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조류 앞에서 우리나라는 ‘생존’혹은 ‘도태’라는 갈림길 위에 서있다. 기업들은 혁신과 투자를 통해 신(新)산업·신(新)시장을 개척하고 지원 기관은 우리 수출기업들을 혁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끊임없는 혁신이야 말로 우리나라가 ‘문선공’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 제4차 산업혁명 강국이 되는 길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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