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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형 레몬법에 거는 기대

[칼럼] 한국형 레몬법에 거는 기대

기사승인 2017. 08. 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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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규 국토부 제2차관
맹 성 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
이달 초 뉴스에서 왕복 4차로의 도로 한 가운데 갑자기 자동차가 멈춰서는 아찔한 경험을 한 가족의 이야기가 나왔다. 신차를 인도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주요 부품을 완전히 교환해야 한다는 사실에 차량 자체가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가족들이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했지만 ‘보증기간이니 고쳐 타라’는 제조사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자동차 한 대의 부품 수가 3만 개에 이르고 나날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다 보니,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일반 소비자가 차량의 결함을 증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듯 갖고 있는 정보의 차이에서 생기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더욱 커지다 보니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자동차 선진국들에서는 일찍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돼 왔다. 1975년 미국에 도입된 ‘레몬법(Lemon Law)’이 대표적이다. ‘레몬’이란 결함이 있는 차량을 뜻하는 말로,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오렌지를 닮은 신 레몬이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전해진다. 이러한 경우, 레몬을 판 가게 주인은 소비자가 산 레몬을 오렌지로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 레몬법의 핵심이다. 이를 자동차에 적용해 보면 하자나 결함이 있는 신차를 판 회사는 소비자에게 신차로 교환 또는 환불해 줘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 외에도 유럽, 캐나다,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생산국이 아닌 캐나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자동차 생산 역사가 우리보다 짧은 중국에서도 2013년부터 ‘수리·교체·반품을 책임진다’는 ‘삼포법(三包法)’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5위 자동차 강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결함이 있는 신차의 교환 환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그동안 소비자를 보호할 실질적인 제도가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고시)에 따라 교환·환불을 진행하고 있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는 조정에 불과해, 실효적인 소비자 보호에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 교환·환불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전문가 논의와 업계 및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한국형 레몬법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위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에 동일한 증상의 중대하자가 3회 또는 일반하자가 4회 반복되거나 총 수리기간이 30일을 초과할 경우,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서 자동차 교환·환불을 위한 중재를 진행하고, 이 중재결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는 게 골자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소비자 피해 구제와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한국형 레몬법 제정으로 국내 자동차 관련 제도가 제작·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과거 미국이 레몬법을 자동차의 품질 및 기술향상의 계기로 삼은 것처럼 우리나라 자동차 제작사들도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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