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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론] 북한 장사정포의 수도권 포격 위협과 우리의 실질적 대응

[기획 시론] 북한 장사정포의 수도권 포격 위협과 우리의 실질적 대응

기사승인 2017. 10. 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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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대한민국 수도 서울, 북한 포격 위험에 놓여 있다는 사실, 축소하거나 준비 소홀 절대 안 된다"..."정부·지자체 실질적 대책 세우고 항시 준비,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홍보해야"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10여 년 전 이라크에서 만난 미군들과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 우리는 2004~2005년 사이에 7개월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위치한 다국적군사령부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다국적군사령부 작전본부 예하 선거지원과장으로 있던 나는 이라크에서 치러지는 58년 만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도록 이라크인들의 안전과 선거에 필요한 물자를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당시 바그다드의 다국적군사령부는 소위 말하는 그린존(일종의 안전지대) 안에 있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쓰던 궁전을 다국적군이 미국 대사관과 함께 사용하고 있었고 근무 인원은 3000명이 넘었다. 해가 떨어지면 1주일에 한 두 번은 반군이 쏜 박격포나 로켓포의 공격을 받았다. 이러한 공격은 통상 10여 발 이내였지만 포탄의 낙하와 폭발 전후에 사이렌이 울리면 대피소로 뛰어 들어 가도록 돼 있었다. 한 번은 낮에 로켓포가 떨어져 우리 건물의 반대편이 피격돼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는 것을 듣기도 했다. 사이렌외에는 건물이 흔들리거나 소리를 듣지 못했다.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고 해서 궁금했지만 직접 찾아가서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

포격이 이뤄지면 일단 탄 자체의 물리적 운동(kinetic) 피해가 파편은 물론 건물의 관통과 파괴로 이어진다. 2010년 북한이 저지른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적의 포탄이 건물을 관통하지 못했다고 해서 포탄이나 로켓포에 대해 콘크리트 건물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즉 콘크리트 벽면에 100미리 구경 전후의 인마살상용 탄두의 로켓이나 포탄에 대해서는 물리적 운동에 의한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폭발에 의한 충격파로 건물 주변 유리가 산산조각 나면서 파편이 튀고 주차된 차량이 파괴되면서 2차 폭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다. 또 많은 사격 때는 창문 등에 명중할 경우 건물 내부 폭발 등 그 피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2차 반응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그 피해의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만약 이 땅에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이 있게 되면 우리는 초기 1주일 정도는 피해를 감수하면서 견뎌 내야 한다. 하루 하루 아군의 반격으로 북한의 공격이 급격히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지속적인 포탄의 낙하는 피해복구를 어렵게 할 것이다. 환자 후송과 치료는 물론이고 전기 공급이 어려워지는 등 국가 기간 산업과 각종 시설 피해로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만일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생활에 필요한 비상용품을 구비하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와 시·군·구 단위의 행정기관에서는 다르다. 시민들에게 대피소에 들어 가라고 하겠지만 이들이 먹고 마실 물과 식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줘야 한다. 또 의료지원은 물론 시민들이 집에 돌아가고 흩어진 가족들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기간산업의 복구 대책과 복구될 때까지의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될 것이다. 특히 상하수도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면 마실 물과 개인 위생 문제가 매우 심각해지고 각종 오물로 인한 질병 발생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항시 준비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며 홍보해야 한다.

이렇듯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북한으로부터의 포격 위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고 걱정만 하고 있을 일은 더욱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책을 미리미리 정밀하게 세우고 대비를 하고 있으면 된다. 대책 수립과 대비의 첫째 고려 요소는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다. 즉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물과 도로는 새로 지으면 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다. 문제를 축소하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 절박하게 인식해야 한다.

※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육군 예비역 중장·육사 37기)은 군인 출신으로는 대표적인 미국 정책통이며 한·미 군사동맹 분야의 독보적인 경험과 이론을 겸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와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미 외교안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북·미간 유례없는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한·미 군사동맹 관점에서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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