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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펭귄의 허들링과 청년농업인 4-H

[기고]펭귄의 허들링과 청년농업인 4-H

기사승인 2017. 11.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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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라승용 청장님 기고문 사진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전북 부안에서 영농법인 ‘꼬마 농부팜’을 꾸리는 최병문 씨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로 사료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때 서울에서 광고회사를 다닌 도시청년이었다.

9년 전 귀농해 처음 2년간 힘든 시기를 보내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4-H회 덕분에 청년 농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술회한다.

‘4-H’ 회는 농촌진흥청 산하 각 지자체의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소속된 평생교육운동체다. 4-H는 지(head)·덕(heart)·노(hands)·체(health)의 약자로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70여 개국에서 전개되는 세계적인 청소년 교육 운동이다.

한국 4-H운동 7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그간의 역사를 돌아보며 재도약을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1월 초 농촌진흥청에서 ‘청년 농업인 농(農)업(up) 페스티벌’이 열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농업의 발전을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전국 각지에서 온 청년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전시하고, 참신한 생각과 농식품을 결합한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통해 서로의 체험을 나누고 소통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람이 먼저다’는 우리나라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의 농업과 농촌 환경은 크게 변모했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는 청년 농업인이 우리 농업과 농촌에 역동성을 발휘하고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농업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거듭나는데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달라진 농업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일이다.

농촌진흥청과 도 농업기술원·시군농업기술센터는 4-H 청년농업인 전담팀을 구성해 농업지식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전문농업인 육성에 앞장서 왔다.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청년농업인 양성계획을 새롭게 정비하고 예비 농업인의 저변확대와 신구 청년 농업인 맞춤형 교육, 청년 농업인의 성장 지원 및 지역 사회 핵심리더 양성 등 4대 전략을 통해 2022년까지 정예 전문 농업인 5000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가입연령도 만 34세에서 39세로 올려 4-H회 참여 폭을 넓힐 계획이다.

한우모임을 시작으로 쌀·양돈·버섯·6차 산업 등 품목별 모임을 확대, 전국의 청년농업인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영농 애로사항을 함께 해결하는 장도 마련한다.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영하 7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시속 100km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환경에서도 서로 몸을 밀착하고 한 덩어리가 돼 집단 전체의 체온을 유지한다.

이들은 바깥쪽에 선 펭귄의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다른 펭귄이 자리를 바꿔주는 ‘허들링’의 방식으로 참혹한 추위를 함께 견뎌낸다.

황제펭귄들이 지독한 환경에서 버티는 힘은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어 공동체를 존속시킨 허들링, 즉 ‘협력’이다.

4-H회도 이런 정신을 담아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협력해 FTA 확대 등 농업의 어려운 현실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

청년 농업인이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이자 미래 농업의 핵심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뒷받침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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