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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장경제와 소득의 보장

[칼럼] 시장경제와 소득의 보장

기사승인 2017. 12. 1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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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실시간 메신저 기능을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 칭하는 시장경제의 자율조절 기능도 결국 시장가격 변화가 실시간 메신저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영국의 '애덤 스미스 연구소' 버틀러 소장은 그의 책, '시장의 법칙'에서 이 점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다이애너 세자비가 죽었을 때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던 영국시민들이 그녀에게 생화를 바치려고 했기 때문에 생화의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전 세계 생화의 물류가 어떻게 활발해졌는지, 그리고 애도의 물결이 가라앉은 후 어떻게 변하는지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가격의 실시간 메시지 기능은 위의 사례처럼 수요 쪽의 변화뿐만 아니라 공급 쪽의 변화도 잘 수행한다. 특정 지역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도로와 주택 등의 복구에 필요한 자재의 가격을 올려서 그 가격을 주고도 해야 할 만큼 시급하지 않은 공사들은 후순위로 밀려나게 한다. 자동차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마차를 몰 줄 아는 기능보다 자동차를 운전할 줄 아는 기능에 더 많은 돈을 주려고 할 것이고 어쩌면 마부는 임금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 마부가 말을 잘 몰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또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시장에서 그의 임금이 낮아지고 심지어 퇴출당한다는 게 일부 사회철학자들이나 정치인들에게 부당하게 비칠 수 있다. 그렇다면 마부의 임금을 현재의 시장수준보다 높게 통제해서 마부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정책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그런 정책은 지속되기도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임금을 시장수준에 비해 더 높이면 마부 일을 계속하게 된 운 좋은 일부 마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마부들이 시장에서 더 빨리 퇴출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이런 매우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에 직면해서 특정 계층의 (노동) 소득을 보장하려는 겉보기에는 크게 해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정책이 초래할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최저임금제가 시급으로 표시되듯이 임금은 특정 시간의 노동에 지불되는 가격이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정책도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이 받는 수준의 가격을 보장해서 그 소득을 올려주겠다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기업가들이 더 매력적인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경쟁자에 비해 더 많이 받아서 생존하고 번영하려는 곳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신기술과 새로운 조직이 도입되어 실험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소비자들의 선호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는 기업가들의 경쟁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 큰 만족을 얻지만 기업이든, 거기에 고용된 노동자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소득과 고용이 가변적이라는 의미다.
 
시장에서의 소득의 가변성은 제거될 수 없다. 사실 이런 가변성이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한다. 자동차 운전기술에 대한 높은 임금과 마부의 낮은 임금은 앞으로 어떤 기능을 익히라는 실시간 메시지다. 그래서 만약 임금과 같은 가격을 통제하여 시장경제 속의 특정 계층의 소득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려고 하면, 가격의 실시간 메시지 기능이 정치될 수밖에 없다. 그런 가격 통제로 시장에서의 불확실성 자체가 사라지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가격, 임금, 개인 소득 대신에 이제 고용과 생산이 급격하게 변동하게 된다."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에서 시장경제에서 각종 보장을 확보하려고 들수록 시장경제가 작동하기 어렵게 되고 개인들의 '자유'가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시장사회의 다양한 집단이 보장을 얻기 위한 투쟁에 나서게 되면 이런 보장을 위해 정부의 더 많은 통제와 규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갈파했다고 한다. "사소한 일시적 안전을 얻으려고 본질적 자유를 포기하는 사람은 자유와 안전 그 어느 것도 누릴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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