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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0~40대가 프로그래밍을 배워야하는 이유

[칼럼]30~40대가 프로그래밍을 배워야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8. 03.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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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동양대학교 교수
김석기 동양대학교 교수
30~40대가 프로그래밍 배우는 목표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30~40 대에 시작하는 프로그래밍의 목표가 전문 프로그래머가 돼서는 곤란하다. 사실 40대면 전문적인 프로그래머 역시 프로그래밍을 그만두고 다른 일로 전직하는 나이 대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35세부터 10년간 프로그래밍을 갈고 닦아서 실력을 쌓는다 해도 45세가 되면 프로그래머로 써줄 곳이 없을 수 있다. 45세에 시작해서 55세가 된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고…. 30~40대가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먼 훗날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맡아서 하는 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해야 한다.

직업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는 30~40대가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첫 번째로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개발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세상이 바뀌다 보니 이제 회사의 모든 일들이 PC나 모바일에 연결돼 있다. 꼭 IT회사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그룹웨어라든지 회계와 ERP, 데이터 베이스와 판매, 홍보페이지 등 회사가 하는 기존 사업에서 신규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이 연관돼있다. 프로그래밍을 모른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지 막연하게 밖에 알 수 없다.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되면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본인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두 번째는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 낼 수 있다.

대부분의 개발 프로젝트는 개발 완료 예정일보다 뒤로 미뤄지게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견돼 해결을 위해 시간이 뒤로 밀리는 경우도 많지만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기획자나 관리자에 의해 개발기획이나 일정 자체가 무리하게 계획됐을 때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게 되면 어떤 문제점 때문에 프로젝트가 지연되는지 명확하게 찾아 낼 수 있다. 우선 문제점을 알아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세 번째로는 개발자에 대한 선구안이 생긴다.

비슷한 스펙과 경력의 프로그래머라도 프로그래밍의 수준은 천지 차이이다. 프로그래밍을 모를 때는 어떤 프로그래머가 잘하는 사람인지 못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데 누구를 쓰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올리지만 실력 없는 프로그래머는 치명적인 버그를 생산하게 된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본인이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만큼 프로그래밍을 비록 못할지라도 누가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인지는 알 수 있다. 이런 선구안이 생기면 회사 내 프로젝트 뿐 아니라 회사에서 프로그래머 채용 시, 외주개발사 선정 시 그리고 자신이 회사를 나가서 스타트 업을 차릴 때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네 번째는 프로그래머를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관리자가 뭘 알아야 프로그래머에게 무엇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를 하던가 안되면 안되는 부분에 대해 혼내든가 해야 하는데, 자신이 프로그래밍에 대해 모르면 쪼는 것은 일정뿐이다. 그렇게 되면 관리가 안되니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게 되고, 책임은 관리자인 본인이 지게 된다. 최소한 프로그래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정도까지만이라도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경영진을 수월하게 설득할 수 있다.

회사 일의 절반은 상급자나 결국은 경영진을 설득하는 일이다. 경영진에게 신규 사업을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서 자료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해외자료를 찾아서 세계 시장의 상황을 먼저 정리하고 국내 시장 상황 및 경쟁 상황, SWOT 분석, 재무분석, 사업의 개념도 등을 장표로 만들 것이다. 이걸로 충분한가? 아무리 프레젠테이션 말빨이 좋더라도 이런 PT를 들은 경영진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왜? 흔히 말하는 탠저블(tangible : 손에 잡힐 듯이 구체적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되면 막연하게 사업이 좋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스템 구성도를 가지고 사실적으로 구현되는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으며, 실력이 좀 된다면 간단한 데모도 만들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설득력이 엄청나게 차이 나게 된다.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것. 먼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다. 인공지능, 4차 산업 혁명. 많은 최신 키워드들이 미래에 사람들을 대체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프로그래머 자체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직업의 상위에 랭크돼 있다. 30~40대의 프로그래밍 배우기는 인공지능에 의해 직업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10년~20년 뒤의 세상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내년 프로젝트의 성과와 진급, 이직을 위해 배워두어야 하는 것이다. 직업 프로그래머가 되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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