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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한반도 평화’ 남·북·미 정상 이번 기회 놓치면 안된다

[전인범 칼럼] ‘한반도 평화’ 남·북·미 정상 이번 기회 놓치면 안된다

기사승인 2018. 03. 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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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남북·5월 북미 정상회담 성공 '북한에 달렸다'
문재인정부, 북한 얼마나 잘 설득하고 국제정세 이해시키느냐도 관건
북한, 무엇을 포기하고 양보해야 할지 잘 계산해야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필자는 1주일 전에 남쪽 대표단의 방북에 즈음해 남북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른바 ‘통큰 결단’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촉구했었다. 그것이 우연이든 당연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2018년 3월 5일 김 위원장은 우리 대표단의 손에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라는 좋은 소식을 들려줬다.

부수적으로는 남북 정상 간의 핫라인 설치,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 유예, 남측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초청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비핵화 문제 협의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것,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는 점이다. 그 밖에도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희망과 기대감을 갖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고무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의 기대는 아직 어떠한 것도 완전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 과거 두 차례(1994년 북·미 제네바 회담과 2005년 9·19 공동성명)에 걸친 비핵화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핵을 개발해 온 전력을 봤을 때 북한의 행태가 미심쩍기도 하고 따라서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북한이나 미국, 그리고 한국의 국내외 정세와 상황이 다르다. 3자 중에서 누가 더욱 절박한지는 각자의 속내를 알 수 없어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 여러 차례의 비핵화 노력과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핵 위기는 더욱 고도화되고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는 현실이다. 더 이상 방치했을 때는 치킨게임(chicken game)과 같은 무모하고도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에 오랜만에 조성된 대화의 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오는 4월과 5월의 한반도 비핵화 테이블은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국제정치 무대에 제대로 데뷔하는 셈이 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직접 표명하고 나서는 것인 만큼 과거와는 다른 획기적인 진전과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수만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기대감을 전제로 하고 다만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남측 대북 특사단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하고 발표한 내용 중에서 영문과 한글의 해석상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North Korean leader Kim Jong-Un is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이라는 영문 표현을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이라고 번역했다. 여기서 ‘Commit’ 라는 단어는 ‘(엄숙히) 약속하다’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해석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연일 미국에서는 비핵화를 외치고 있는데 이런 해석의 차이가 기대의 차이와 오해로 발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경우에 따라서는 백악관 앞에서 미국민에게 한국 대표단이 북한을 대신해서 얘기하는 듯한 모양새가 그리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여기는 인식도 있다.

회담에서 큰 진전과 기대 이상의 반전이 있으려면 무엇보다 북한의 더 큰 이해와 양보가 필요할지 모르는데 과연 북한이 이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돼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잘 설득하고 국제정세를 이해시켜서 이런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가 과제다. 그러기에 북한은 지금 계속 조여드는 경제적 압박과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포기하고 양보해야 할 것인지를 지금부터 잘 계산해야 한다. 이번이야말로 남·북·미 세 정상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앞으로 더 좋은 대안이 나오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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