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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중등 교과와 수능 ‘기하 제외’ 결정 재고해야

[칼럼]중등 교과와 수능 ‘기하 제외’ 결정 재고해야

기사승인 2018. 03. 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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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진
김하진 아주대 정보통신대학 명예교수
지난 2월 27일 교육부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학 가형’ 출제범위에 ‘기하’를 제외한다는 최종발표를 하였다. 이것은 우리나라 중등교과에서 ‘기하’교과가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발표는 도래하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최선 방책을 강구한다고 온 세상이 난리인데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기하’는 중등교과에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교과이다. 왜냐하면 논리적 창의성을 높이는데 가장 적합한 교과이기 때문이다.

기하는 고대 그리스의 ‘기하공리’를 바탕으로 하는 ‘유클리드기하’를 이용하는 것으로 한 쌍의 삼각자와 컴퍼스만을 사용하는(각도기 사용 불가) 가시적 도형에 의하여 논리를 전개하고 해답을 구하는 ‘논증 기하’를 저변으로 한다. 나아가 비가시적 추상도형을 구상하고 풀어가는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논리기법을 다룬다.

유클리드기하는 절대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아닌 기하 ‘공리’를 바탕으로 객체도형을 ‘정의’하고 이들 관계를 논증으로 ‘증명’하고 설명하는 논리적 해결방법이다. 중등교과 논증기하의 유추과정에서 ‘보조선’을 고안해내는 것이 요체인데 이것은 고도의 창의적 논리를 필요로 하고 논리적 단계의 추월을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창의 교육에서 가시적 논리인 기하기법을 널리 사용한다.

1950년대 중등학교를 다닌 오늘의 70~80대는 논증기하 공부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배운 기하논리가 오늘의 세계 일류의 제조업을 일으켜 세계 경제대국으로 번영케 한 산업기술 개발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하논리는 중등수학의 어느 분야보다 제품의 ‘균형감각’을 찾게 하여 최적의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제조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기하논리는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 표현예술의 대칭성과 끌어당김의 설명과 이해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경제학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도형을 이용하는 ‘기하적 접근방법’을 널리 쓰고 있다. 특히 중등교과인 논증기하는 논리전개를 시각적인 도형특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 창의력 개발에 매우 중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은 여러 분야의 벽을 헐어버리고 거시적으로 융합하는 기술혁명시대이다. 이 혼돈의 융합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우리가 소상히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논리적 방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논리는 인간만이 갖는 창조주의 최대 선물이다. 따라서 이 중요한 논리의 발전단계를 중등교과에서 대안도 없이 뺀다는 것은 매우 염려스럽다. 인간의 사유발전 과정에서 논리학습은 중등학교 과정이 제일 적합하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의 중요 이유를 학생의 부담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2000여명의 모집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필자는 이 설문조사의 과정과 방법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4차 산업혁명 뿐 아니라 교육은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 당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30년 후 우리의 경쟁력을 형편 없게 만든다면 그 것은 국가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교과내용을 미래에 맞게 보강해야 한다.

수포자를 막고 사교육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교과목이 어려워 부담이 되는 학생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것을 곱씹어야 할 때가 되었다. 물론 난제가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부담을 줄여 더 큰 문제를 당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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