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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어른거리는 세대갈등과 노인혐오의 그림자

[칼럼][칼럼] 어른거리는 세대갈등과 노인혐오의 그림자

기사승인 2018. 03. 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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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우리나라처럼 자녀교육에 공을 들이는 나라도 별로 없다. 오죽하면 학군에 따라 집값이 요동친다. 고교 평준화 속의 선발고 역할을 했던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자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가 몰린 소위 강남 8학군 지역의 집값이 치솟았다.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해주려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제 학생의 능력이 아니라 8학군에 거주할 학부모의 능력이 자녀의 대학을 좌우하게 됐다는 불평이 그래서 나온다.

자녀에게 이렇게 공을 들이지만 노인세대는 자녀세대로부터 점차 ‘짐’으로 인식되고 있고 앞으로 그런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인인권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의 56.6%가 노인 일자리 증가로 청년의 일자리가 감소할까 걱정하고, 77.1%가 노인복지의 확대로 청년층의 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자리와 복지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노인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 인식의 뿌리가 되고 있다.

이 보고서가 섬뜩한 까닭은 우리 사회도 이제 더 이상 연금과 의료비 등의 부담과 관련한 세대간 갈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됐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유형의 세대갈등은 복지정책을 일찍 도입했던 유럽의 복지선진국에서나 나타나는 복지병의 하나일 뿐 우리와 같은 복지후진국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는 적색 경고등을 켠 셈이다.

이제 정치권이 노인 복지의 확대와 같은 문제를 논의할 때 반드시 이런 세대간 갈등 문제를 함께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 문제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그 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노인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각 정당들이 청년들의 부담으로 노인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낸다면 세대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다가는 청년세대가 노인들을 싸늘하게 보는 것을 넘어 혐오대상으로까지 보게 될 것이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청년들이 오히려 현재의 노년층보다 자신이 노인이 됐을 때를 더 걱정하는 부분이다. 청년층의 80%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노후에 필요한 만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고 고독사(孤獨死) 가능성 등도 현재의 노인층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아무런 변화 없이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사회에서 노인 혐오가 심해지고 심지어 노인이 되는 것 자체를 불안해하는 ‘노화공포증’이 나타나고 이것이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어서는 장수는 축복이 될 수 없다. 누구나 늙게 마련이고 또 질병도 이 때 집중되는데 이런 ‘노인혐오’ 사회에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때 이런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세대 간에 ‘남’에게 ‘자기’의 비용을 전가하지 않으면 된다. 자신의 세대가 누리는 각종 복지혜택의 비용을 자신의 세대가 낸 세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자신의 세대가 낸 세금으로는 부족해서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서까지 자신의 세대의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대갈등과 노인혐오의 그림자가 우리 사회에 어른거리고 있다. 그런 징후가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물론 이는 청년 세대가 ‘노인 공경’ 도덕을 잃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에 감당키 어려운 짐을 자꾸 지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확한 진단인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수 없다. 누구나 늙어서 노인이 되는데…. 노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아프면 찾아갈 ‘저렴한’ 병원도 필요하겠지만 이런 물질적 혜택에 못잖게 젊은이들로부터의 최소한의 존경심도 필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노인계층의 복지혜택은 자기 세대의 세금으로 해결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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