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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 중국 잘되는 꼴을 못 본다

[칼럼] 미국, 중국 잘되는 꼴을 못 본다

기사승인 2018. 05. 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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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수
신영수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전 재중국한국인회 회장
요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세계 2대 경제 강국끼리 벌이는 이 전쟁은 두 나라가 우리의 1, 2위 무역파트너(중국 1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결코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당초 미·중 무역전쟁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의 기세를 꺾어보려는 미국의 의지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을 ‘패권전쟁’의 일환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장 이후 양국 간의 무역마찰은 부단히 악화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그야말로 ‘중국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체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당시 신흥세력이던 아테네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지배세력 스파르타의 두려움에서 일어났다고 기록했고 여기서 이 말이 유래했다. 현재의 패권국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상황을 빗대는 말로 쓰인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당연히 미국의 공세로 전개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3∼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①중국의 3750억달러 대미 무역흑자를 2020년까지 최소 2000억달러 감축할 것 ②중국제조2025 전략 관련 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것 ③해외투자에 대한 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할 것 ④중국이 수입하는 모든 품목에 미국 이하의 관세를 부과할 것 등을 포함한 7개 항을 요구한 것으로 발표됐다.

미국의 당면 목표는 전체 무역적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것이지만, 속내는 두 번째 항목의 ‘중국제조2025 전략’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1월 발표된 ‘중국제조2025’의 새 로드맵은 △5세대(5G)통신·궤도교통·전력 장비 등은 세계 선두 △로봇·미래자동차 등은 세계 톱 수준 △반도체 등은 격차축소라는 야심적인 제조업 비약 목표를 담고 있다.

‘중국제조2025’ 로드맵은 나아가 △1단계(2016∼2025)는 강국 대열 △2단계(2026∼2035)는 강국 중간 △3단계(2036∼2045)는 강국 선두 등의 원대한 목표를 내걸고 있다. 미국 수준 도달을 최종 목표로 잡은 것이 분명한 중국의 제조업 비약 로드맵을 대하는 미국의 심사가 편할 리 없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의존도는 18.9%에 달했고 대미 무역흑자가 전체 흑자액의 65%나 차지했다. 그만큼 대미 무역의존도가 큰 중국으로서는 미국 시장이 경제성장의 생명선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에도 비장의 무기는 있다. 중국이 보유한 무려 1조1700억달러의 미국 국채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보유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 미국은 국채 금리를 올려야 하고 미국의 금리가 따라서 급등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자체 손실도 만만치 않다.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보유분의 평가손실도 크다.

이래저래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무역 공세에 대한 보복의 강도가 너무 세면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트럼프의 추가 제재를 불러올 것”(스인훙 중국 런민대 교수)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비약적인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의 입장은 우리로서도 이해가 된다. 우리 입장도 미국과 별로 다름이 없다. 미래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의 수준은 지난해 미국에 불과 1.9년 뒤처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 미국과 2.3년의 격차로 중국에 추월당한 형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산업 전쟁’ 와중에서 살아남는 길은 AI와 같은 첨단 분야에서 우리 독자의 기술로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직 ‘혁신’의 외길이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의 분발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소이(所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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