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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만 국민투표의 진정한 의미는

[칼럼]대만 국민투표의 진정한 의미는

기사승인 2018. 12.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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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정책 되돌아보는 기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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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
필자는 독일 에너지전환과 기후변화 정책이 분기점을 맞이했던 1980~90년대에 변화의 과정을 현지에서 직접 보고 배우는 행운을 누렸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합리적인 논의와 이성적 합의로 풀어나간 그들의 정치문화를 곱씹어 본다.

최근 대만이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폐지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후 일각에선 기다렸단 듯이 탈원전에 대한 편향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만의 국민투표가 사실상 국민청원 정도의 의미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번 투표로 탈원전 정책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보다 더 과감하게 탈핵 에너지전환을 실현하며 최근 5.5GW 해상풍력 시장까지 만들고 있는 대만의 정책적 성과를 왜곡하는 주장이다.

우선 대만의 탈원전 국민투표는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함께 질문한 안건 중 마지막 열 번째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까지 탈원전을 명문화한 전력산업법 조항의 존치 여부를 묻는 내용으로, 탈원전 정책 그 자체가 아니라 법적인 선언을 계속 유지할지를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미 정해진 대만의 탈핵 로드맵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투표결과다.

에너지전환과 관련해 오히려 이번 국민투표가 보여준 보다 중요한 의미는 화력발전에 관한 투표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투표 7~8번째 안건에는 화력발전소의 전력 생산량을 매년 1% 이상씩 줄이는 것과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과 확장을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탈석탄 화력정책에 대한 두 안건의 유효동의자 비율은 각각 40.27%와 38.46%로 29.84%에 그친 탈원전 조항 폐지 의견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탈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는 것은, 석탄발전 비중이 2017년 46.6%로 가스와 원자력 비중을 합한 것보다 높은 대만의 에너지구조를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해석은 대만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이미 기정사실화된 2025년 원전 제로 상황을 통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대만에는 총 6기의 원전이 있는데, 이미 폐쇄 절차에 들어간 2기를 빼고 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이 4기의 원전도 모두 노후해 2021~2025년 사이에 수명이 다 끝나기 때문에 2025년에는 자동으로 원전 제로 국가가 된다.

원전 연장을 위해서는 대만 법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재가동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미 제1·2원전은 연장 신청기한이 지났고 제3원전도 내년 7월까지만 신청 기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집권 기간 중 성사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한편에서는 2014년에 건설이 중단된 원전 2기(룽먼 1·2호기)의 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다. 5년 가까이 건설이 중단된 원전 시설을 가동하는 데는 많은 기술적 어려움과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공사 재개를 위해서 2조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는 결코 과거 정책으로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만의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정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빠르고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큰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인근 아시아 국가에서 일고 있는 변화를 보면서 우리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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