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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의 저력 보여준 부시 전 대통령의 삶과 장례식

[칼럼] 미국의 저력 보여준 부시 전 대통령의 삶과 장례식

기사승인 2018. 12. 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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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입학 앞둔 18세에 자원입대, 2차 세계대전 참전, 전투기 추락 후 구사일생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이타적 삶...선진국 수준 이기적 삶 쫒는 공시족과 철학 달라
하만주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립성당에서 엄수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은 슈퍼파워 미국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기회였다.

참석자들은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9년 12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동서 화합을 선언해 냉전을 평화스럽게 종식시킨 고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고인은 대통령 재임(1989년 1월~1993년 1월) 중 베를린 장벽 붕괴(1989년 11월)와 독일 통일(1990년 10월), 그리고 소련 연방 해체(1991년 12월) 등 세계사적 사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독일 통일에 기여한 고인의 업적을 상기시키면서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장에 참석한 것은 고인의 역할에 대한 평가 성격을 띤다.

참석자와 미국 언론은 고인이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 얼마 후인 1942년 예일대 입학 앞두고 미 해군에 자원입대해 해군 항공모함 뇌격기 조종사로 50여 차례 임무를 수행하다가 비행기 추락으로 표류하다가 구사일생한 것을 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가 군에 입대할 때 나이는 18세로 가장 어린 조종사였고, 동료 2명이 사망한 추락사고를 당했을 때는 20세 약관(弱冠)에 불과했다.

고인의 전기를 집필한 역사학자 존 미첨은 조사에서 ‘사자의 심장’을 가진 고인이 추락사고에서의 구사일생으로 “국가에 영속적인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인은 신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자문하면서 평생 이에 대한 보답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은 악성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지난 8월 25일 세상을 떠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삶에서도 나타난다. 매케인 의원의 조부와 부친은 모두 해군 제독이었다. 그가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1967년 10월 비행기 추락으로 포로로 잡혀 5년 반가량 수감생활을 했을 때 부친 존 매케인 주니어는 태평양사령관으로 베트남 폭격을 결정하는 책임자였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부친이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과 베트남 폭격 등을 논의할 때 단 한번도 아들의 포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케인 의원도 북베트남 측이 선전 효과를 노리고 조기 석방을 제안했으나 자신보다 먼저 잡힌 포로가 모두 석방된 후 나갈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두 고인은 공복(公僕)의 길을 걸어가는 미국인들의 이타적 삶을 압축해 보여준다.

임금·일자리 안전성·복지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 수준의 혜택이 주어지는 삶을 향유하기 위해 노량진에서 공시족 또는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행렬에 합류하는 우리 젊은이들, 이기적 삶을 위한 기반을 달성한 후에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많은 우리 공무원과 삶의 철학 자체가 다르다.

부시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립성당에서 진행된 부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아들이나 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라며 감정에 북받쳐 울먹이고 있다./사진=워싱턴 D.C. UPI=연합뉴스
장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조사에서 부친이 “우리는 자녀들에게 더 큰 차나 은행계좌만을 남기길 희망할 수 없다. 그들에게 가정과 이웃에 그가 한 것보다 더 잘하는 진실한 친구, 사랑하는 부모와 시민이 되길 희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존 미첨은 고인의 삶의 신조가 “진실을 말하라. 사람을 비난하지 말라. 강해져라. 최선을 다하라. 열심히 노력하라. 용서하라. 끝까지 버터라”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인의 삶과 장례식은 가족애와 기독교 신앙이 미국의 저력임을 보여줬다.

미 언론들은 고인이 바버라 여사와 73년의 결혼생활을 하고, 5명의 자녀와 손자·손녀와 함께 두면서 아름다운 가족의 사랑을 보여줬고 평가했다. 장남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아버지, 사랑해요. 당신은 아주 멋진 아버지였어요’라고 하자 부친이 “나도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례식을 공동 집전한 러셀 레벤슨 성공회 신부는 “(지금은) 아름다운 마무리이고 아름다운 시작”이라며 “고인은 천국에 갈 준비를 매우 잘했었고, 천국도 그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각하! ‘임무 완료(Mission complete)’”라면서 “삶은 영원히 계속된다. 아멘!”이라고 추모했다.

미국인들이 가족애를 중시하고, 신앙에 의지하면서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고인이 94년의 삶을 통해 보여줬다는 증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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