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의 세계 골프장 칼럼] 12. 2019년 바뀌는 골프 룰을 보는 다른 시각

기사승인 2018. 12.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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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골프룰 개정 사진 - 副本
사진=박병환 칼럼니스트
새해 1월 1일부터 골프 규칙이 새롭게 바뀐다. 세계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모든 골퍼의 이해와 적용을 쉽게 하도록 골프규칙을 개선한다”고 밝히면서 “개정된 규칙은 더 일관성이 있고, 더 간단명료하며, 더 공정하다”고 덧붙였다.

개정된 핵심 룰은 이렇다. 잠정구 없이 바로 오비로 인정하고 오비 티로 갈 수 있다. 벙커에서 자신 없으면 2벌 타로 벙커 밖에서 샷을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은 벙커의 공포에서 2벌 타로 벗어날 수 있다. 로스트볼은 3분 이내에 찾아야 하며, 샷은 40초 내에 시행해야 한다. 그린에서 핀을 빼지 않고 바로 퍼트 스트로크를 할 수 있다. 오너(Honor)가 먼저 티샷 하지 않아도 준비된 플레이어가 할 수 있으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홀에 더 가까운 플레이어가 먼저 샷을 해도 되는 레디 골프(Ready Golf)가 적용된다. 드롭도 어깨 수평이 아닌 무릎에서 한다. 재 드롭의 상황이 적게 발생한다. 눈여겨보면 핵심은 ‘쉽고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런 골프 룰 개정은 역설적이고 아쉽게도 우리 골퍼들이 환호할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만한 소식이다.

필자는 여러 나라들을 다니면서 라운드를 한다. 해마다 10여개 이상 국가에 100여 개 이상의 코스들을 200라운드 이상 경험한다. 미국이나 동남아, 유럽 등 어느 지역이든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부킹이 안 되고 어려운 국가는 거의 없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의 골프 환경은 홍콩과 싱가포르와 더불어 최악이라는 사실이다. 수요자인 골퍼가 아닌 공급자인 골프장이 룰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골프장이 ‘갑’인 유일한 국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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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사진=박병환
현재 4시간 15분이 소요되는 라운드가 이번 개정 룰로 최대 3시간 45분이면 가능할 것 같다. 현재 하루 80팀을 받는 골프장은 최대 92팀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골프는 언제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 성수기에는 부킹이 하늘에 별 따기. 이런 골프 환경을 갖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오직 대한민국 하나뿐이다. 그래서 생긴 것이 그늘 집 문화이고 본인 사망 시 이외에는 절대 예약이 취소가 안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골프장의 프레임에 갇혀있으며, 캐디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빨리빨리 쳐야 하는 압박감 등등 우리 대한민국의 슬픈 골프 문화이다.

골프장들은 이번 룰의 개정으로 그들의 수익을 위하기보다는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에게 그 수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 관계자들의 전향적인 상생의 사고가 요구된다. 여유로워진 시간을 한 팀이라고 더 받으려는 얄팍한 상술 대신, 2인 플레이의 허용, 캐디 선택제, 카트 선택제(평지형 코스) 등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여 그러한 노력이 대한민국 골프 발전에 나비효과가 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박병환 칼럼니스트 (IGTWA 국제 골프 여행 기자협회 회원·IGM 골프 코리아 체육문화컨설팅 대표·한국아마추어골프협회 중국지회장)

*외부 기고는 아시아투데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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