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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식량안보와 우리 밀의 가치

[칼럼]식량안보와 우리 밀의 가치

기사승인 2019. 0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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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1)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밀은 연간 1인당 소비량이 32.4kg로 61.8kg인 쌀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제2의 주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밀의 99%가 수입산이다.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밀은 생산량이 많지 않아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한때 자급률이 40% 수준에 달했으나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밀가루 무상원조, 80년대 시장개방으로 값싼 수입 밀이 들어오면서 밀농사를 짓는 농가가 줄어들어 현재 국산 밀 자급률은 1%대에 불과하다.

우리 밀은 어쩌다 이렇게 설 자리를 잃었을까?

수입 밀은 대단위 농지에서 재배해 저렴한 가격에 품질도 균일해 가공식품 활용도가 높은데 비해, 소규모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재배하는 우리 밀은 가격도 높고 품질관리도 어려워 수요처가 한정돼 있다.

생산량이 조금만 늘어도 과잉이 우려되고 농가와 수매업체가 어려움을 겪는다.

필자가 국회의원 시절 정부수매제 도입 등을 담은 ‘국산밀산업육성법 제정안’을 발의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산 밀 산업은 국민과 국가 모두를 위해 중요하다. 겨울철에 재배돼 추위에 잘 견디는 국산 밀은 병해충 발생이 거의 없어 농약 사용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밀은 겨울철 농가의 중요한 소득원이 될 수 있으며, 농지 이용률을 높여 식량 자급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기상이변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도 대비 할 수 있다.

이렇게 국산 밀 산업의 가치를 알기에 정부는 2020년까지 밀 자급률 9.9% 달성을 목표로 생산·유통·수요·제도분야에 걸쳐 ‘밀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마련하게 되었다.

우선 1984년 폐지된 밀 수매비축제를 35년 만에 다시 도입하고 올해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만톤 규모의 밀을 수매할 계획이다.

앞으로 제빵용 등 신품종 개발을 위한 R&D를 추진하고 용도별 밀 전문단지를 조성해 우리 밀의 가공적성과 품질 균일성을 높인다.

유통 과정에서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위해 밀 품질 등급제와 수확후관리시스템을 도입한다.

또한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자단체 중심으로 밀 의무자조금과 ‘국산 밀 음식점 인증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밀쌀을 학교·군대·공공기관에 공급하는 등 새로운 수요도 적극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경기 104개 학교를 대상으로 밀쌀 급식을 시범적으로 해본 결과, 고소한 풍미에 쫀득한 식감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또한 밀쌀은 다른 잡곡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식이섬유·비타민·무기질 등 영양도 우수하다.

이처럼 건강한 국산 밀 혼식을 널리 알리고 우리 식탁에 더 자주 오르게 해 식량안보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키워야 한다.

이런 계획들을 착실히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자와 수매업체의 철저한 품질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농가는 생산단계에서부터 품종을 통일하고, 비료·물 등 재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수매업체도 용도별·등급별로 우수한 품질의 밀을 정확히 구분해 최적의 장소에 보관·가공·판매해야 한다.

2019년 기해년 추운 겨울에도 밀밭엔 어김없이 새싹들이 자라고 있다. 한 알의 밀알이 싹을 틔우고 풍성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부와 소비자·산업체·농업인 모두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건강과 먹을거리를 지킬 수 있도록 국산 밀 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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