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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성임원 증가 ‘이·선·녀(理·選·女)’에 달렸다

[칼럼]여성임원 증가 ‘이·선·녀(理·選·女)’에 달렸다

기사승인 2019. 03.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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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연구소장
필자는 지난 2004년부터 대기업 여성 임원 현황을 조사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 CEO가 많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첫 조사 당시 기업의 꽃인 ‘별’을 단 여성은 13명에 불과했다. 2013년에는 114명으로 처음으로 100명을 돌파했고, 지난해는 216명으로 200명대로 많아졌다. 2021년 전후해서는 300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필자는 예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여성 인재를 중시하는 CEO 의지를 비롯해 정부와 언론,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개인적으로 지난 2013년 금융감독원에서 도입 시행한 ‘임원 성별(性別) 표시’ 제도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만 해도 필자는 100대 기업에 일일이 전화해서 여성 임원 현황을 조사해왔다. 그런데 2013년부터는 각 기업의 정기보고서만으로도 여성 임원 현황을 편리하게 조사할 수 있게 됐다. 제도 도입 효과는 여성 임원 증가로 표출됐다.

여기에 더해 필자는 과장에서 부장에 해당하는 중간관리자급 인원 및 비율 현황을 성별(性別)로 공개하는 제도도 속히 도입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간관리자 층이 두터워야 여성 임원도 지속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제도 개선 이외에 여성 임원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려면 또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 육아문제 해결, 인사의 공정성, 다양성(Diversity)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 등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들이다. 그런데 여성 임원 증가는 ‘이·선·녀(理·選·女)’를 키우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선녀는 이공계(理工系)를 선택(選擇)하는 여학생(女學生)을 의미한다.

이공계 전공 여학생과 여성 임원 증가와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필자가 조사해보니 2018년 기준 국내 100大 기업 임원은 6800명 정도였다. 이중 상당수는 이공계열 전공자였다. 국내는 제조업 위주의 대기업들이 많다보니 미래 기술을 선도해나가는 엔지니어 같은 이공계열 출신이 非이공계 전공자보다 임원 수가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이공계 출신 여성 엔지니어와 연구 개발자 등이 많아져야 여성 임원도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 임원 후보군 중에 이공계 출신 여성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 여학생 비율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주요 대학 이공계열 학과에서 여학생 수가 남학생을 앞지른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차이가 향후 임원 등용 때 성별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100大 기업 여성 임원 수는 향후 700명 정도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로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선녀’가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흥미롭게도 그 출발점에는 중학교 ‘수학(數學)’이 자리하고 있다. 중학교 때 다른 과목보다 수학에 대한 관심이 커야 고교에서 대학 진학시 이공계열 전공을 선택할 여지가 그나마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이과 통합이 되더라도 소위 말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이공계열 학과를 선택할 확률은 높지 않다. 때문에 중학교 때 어떻게 하면 많은 여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하게 할 수 있을 지를 교육계 등을 중심으로 다각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제조업 회사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학교를 찾아가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학생들이 지금보다 이공계에 많은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 기업들이 먼저 나서 우수한 여학생들이 이공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선녀를 키우자는 필자의 주장은 꼭 여성 임원 숫자만 늘리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우수한 여성 인적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사회·문화적 선진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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