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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터키의 동서 가스허브 전략

[칼럼] 터키의 동서 가스허브 전략

기사승인 2019. 03. 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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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작년 여름 터키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홍역을 앓았다. 만기가 돌아온 단기외채 300억달러를 갚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그러나 간첩 혐의로 2년간 감금했던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여 트럼프 행정부와 화해하고 주변정세를 지혜롭게 활용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의혹사건을 사우디 왕가와의 관계 회복의 기회로 삼고 사우디 큰 손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외교 관계가 회복되자 경제가 살아났고 중동 오일머니는 터키 경제회복의 원동력이 되었다.

올해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18년째 집권 중이다. 총리 시절 그는 부패하고 무능한 세속정치를 개혁하여 무슬림 민주주의의 지도자로 추앙받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2015년 대통령이 되면서 부정선거, 친·인척 비리, 언론탄압, 쿠데타 과잉 무력진압 등으로 이제는 독재자 반열에 올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과 사우디의 재신임을 얻은 것은 그가 정치를 잘해서라기보다 터키가 동·서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교두보이자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측면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보스포루스 해협은 중동과 중앙아시아·아프리카의 상품이 유럽으로 흘러들어가고, 반대로 유럽의 문물이 동양에 전파되는 수송루트였다.

터키는 2023년 G10 진입을 목표로 경제 재도약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줄 에너지원 확보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과거 오스만 투르크 시절에 천연자원의 보고인 중동지역을 다스렸지만, 1차 세계대전 때 독일 편을 들면서 패전하자 노른자위 영토를 잃어버렸다. 이제 터키가 보유한 가장 풍부한 자원은 갈탄뿐이다. 그래서 터키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7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특히 천연가스의 70%는 러시아, 20%는 이란으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10년 전 어느 날 이란의 갑작스러운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겨울철 난방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이때부터 에너지 안보가 터키의 지상과제가 되었다. 그래서 터키 정부는 대체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터키가 먼저 시작한 사업은 원전 도입이었고 2030년까지 10GW 규모의 원전 건설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스아톰이 악쿠유 제1 원전을 수주하면서 과도한 對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작년 4월 푸틴 대통령이 앙카라 대통령궁을 직접 방문하여 기공식을 가졌지만 함께 참석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흑해 연안에 건설할 시노프 제2 원전은 한국과 일본을 의도적으로 경쟁시키다 막판에 일본이 수주했는데,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하면서 애초 계획보다 5년 이상 늦어지게 되었다.

원전사업이 부진해지자 터키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동서 가스허브(Transit Hub)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가스허브는 인프라 투자, 저장설비 구축만으로 성취할 수 없다. 터키는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70% 이상이 주변국에 있고, 자국의 에너지안보 확보가 유럽연합(EU)에 도움이 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5%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처지도 터키의 사정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동북아 가스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제정세와 명분을 잘 활용하는 터키의 전략을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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