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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는 심리, 헬조선으로 비하하지 말자

[칼럼] 경제는 심리, 헬조선으로 비하하지 말자

기사승인 2019. 03. 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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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두려움 조장하는 가짜 뉴스는 쓰레기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경제가 크게 나쁘지 않은데도 자꾸만 언론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최악의 상황’이라는 단어를 쓰면서까지 공포를 조장하면 분위기가 묘하게 그렇게 흘러갈 수도 있게 된다. 반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꾸 ‘좋아지고 있다’, ‘희망이 있다’라는 말이 회자되면 경제 주체들이 잔뜩 고무돼 언제 그랬냐는 듯 위기를 극복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 한국을 필두로 하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과 중국, 일본 등의 경제는 좋다고 하기가 진짜 어렵다.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경제 주체들이 어려움에 허덕이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경우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파산이 일상이 되고 있다는 표현도 과하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실업률도 치솟고 있는 탓에 각급 학교 졸업자들이 과거와는 달리 임금 수준, 일의 형태를 묻지 않고 아무 직장에나 취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정부 당국에 의해 6∼6.5%로 비교적 높게 설정된 것이 신기하기만 할 정도다. 여기에 경제 주체인 가계들이 부동산 대출에 돈이 묶인 탓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실까지 더할 경우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최근 “지금 경제가 어렵다.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위기의식 가득한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할 수 있다.

TAIWAN
대만의 젊은이들이 정부의 실업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대만 경제는 한국보다 훨씬 더 어렵다./제공=대만 롄허바오(聯合報)
대만은 상황이 더하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만 엑소더스’를 할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없다. 괜히 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과 뉘앙스가 거의 같은 ‘구이다오’(鬼島·귀신의 섬)라는 황당한 단어가 유행하는 게 아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2.27%로 전망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라고 용 빼는 재주가 있을 까닭이 없다. 올해 대만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일본도 한국 언론에서 띄우는 것과는 딴판의 현저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야 한다. 한국 언론의 부러움 가득한 보도대로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0.6%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의 범위를 넘어선다. 일본 역시 수치로만 보면 잃어버린 20년의 충격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베이징의 일본통인 류상르(劉商日) 씨는 “일본 경제는 지금 2∼3년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완전히 장기불황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완전고용도 착시현상이라고 본다. 인건비가 굉장히 싸다”라면서 일본 경제가 회복세라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독야청청, 경제가 잘 나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아니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난무하는 분위기를 보면 한국만 중국 등의 경쟁국들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면서 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질 분위기라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특히 일부 언론이나 오피니온 리더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진짜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의 장면들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떨쳐버리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이웃나라들의 현실은 한국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런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29일 막을 내리는 중국의 보아오(博奧)포럼이 발표한 아시아 국가경쟁력 순위가 무엇보다 잘 말해주지 않나 싶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홍콩·싱가포르까지 제치면서 당당히 1위에 올랐으니까 말이다.

막연한 공포도, 허황된 기대심리도 좋을 것은 없다. 그러나 이왕 오버한다면 차라리 긍정적인 쪽으로 베팅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감안하면 그렇다. 더구나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우리가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명언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헬조선으로 스스로를 비하하면 긍정적 미래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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